제20회 스승의 날을 보냈다. 하지만 교단은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다. 언젠가 본 설문조사에서도 교사들은 차라리 그 날을 없애거나 쉬게 해 달라고 응답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교대 응시율은 날로 높아가지만 남교사 희망자는 해마다 낮아지고, 교사에 대한 어린이와 학부모의 요구는 갈수록 드세지고 있다. 올해 입학한 초등생 신입생의 학급당 인원이 도시 지역의 경우 47명 선인데다 여러 가지로 다양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들을 상대하는 교사는 연약하고 힘겹기만 하다. 언젠가 인근 파출소장님이 학교에 오셔서 기초질서교육 40분을 하고 나서 진땀을 흘리며 "아이들 가르치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고 혀를 내둘렀던 일이 기억난다. 어린 초등생이 이 정도니 머리 굵은 중고교 학생을 가르치는 일은 오죽하겠는가. 올해 교육주간 슬로건 중에 `교육현장 따로 없다, 우리 모두 스승 되자'는 게 있다. 그러나 우리 사회 구조상 교육의 책임은 온통 학교에 넘겨지고 오히려 더 중요하고 원초적인 가정교육은 가볍게 취급되고 있다. 사회 환경은 더 한심해서 우리 모두 스승 되자는 소리는 그저 공허한 메아리로만 느껴진다. 스승 없는 사람은 없다. 그 스승이 부모이건, 학교 교사이건, 이웃 주민이건 간에 한 인간의 성장에 스승은 커다란 밑거름이 된다. 바로 이 때문에 스승의 날은 그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러 기념일 중에서 유독 환영받지 못하는 날이 스승의 날인 것 같아 안타깝다. 교사들에게는 차라리 없었으면 하는 자괴감만 주고, 학부모에게는 부담스런 날로 치부되고 있다. 어른이 어른 대접을 못 받고 존경받는 인물도 없어진 오늘의 세태에서 스승다운 스승상도 희석된 지 오래다. 그러나 어렵고 힘든 오늘의 세태를 극복하고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스승상은 반드시 되살려야 한다. 담임교사를 포함한 학교 교육당사자들의 용기와 신념이 우선 절실하다. 국민교육의 수임자로서 교육자의 책무성을 더 높여야 함은 물론, 학습지도는 물론 학교 행사에도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스승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 스승의 날을 당당하게 보낼 수 있다. 요즘처럼 교사들이 스승의 날을 기피한다면 이 땅에서 스승의 존재가치와 교사의 권위는 어디로 가겠는가. 학부모들도 교실 사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물론 교실에서 일어난 일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채, 학교 홈페이지나 교육청에 비난하라는 말이 아니다. 자녀의 교육을 책임지는 동반자로서 모든 일을 협조하고 상의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것이다. <김용래 김포시 교련 회장·사우초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