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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시론> 의사도 무자격자로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마련중인 교직발전종합방안이 매스컴에 오르내리고 있다. 2년 반 가까이 이런 저런 이유로 늦어지다가 다음달 초 당정 협의를 거쳐 최종안을 발표한다고 한다. 원래 이 교직발전종합방안은 무리한 교원정년단축으로 인한 교원의 사기진작과 교단사회의 동요를 막고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위하여 특별히 준비한 시안으로서 보수인상, 연구·복지시설 확충, 자율연수·휴직제 도입, 연구·연수활동 지원 등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이 교직발전종합방안은 긍정적인 반응보다는 알맹이가 없고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다. 2005년까지 모두 7조 7189억원을 투입해 교원 보수를 인상하는 등 31개 추진과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교원보수 인상의 경우 1년에 몇%씩 올린다는 목표제시도 없이 그저 민간중견업체 수준으로 인상시키겠다고 하며, 교원 및 교원단체의 의견수렴은 커녕 구체적인 실행방안도 없이 선전용으로 부풀려 `풍선교육정책'을 내 놓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들 추진과제들은 대부분이 매 과제 당 수십·수백억원이 소요되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예산 확보가 필요하며 교원 및 교원단체의 동의 내지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라고 보아야 한다. 또한 교육인적자원부는 매년 5500명씩 2만2000의 교원을 늘린다고 한다. 이것 또한 믿을 수가 없다. 지난 3월의 `물거품 교원임용'의 경우만 보더라도 그렇다. 시·도교육청이 1만명에 가까운 교원증원을 요구했지만 교육부에서 5500명으로 줄더니, 마침내 재경원에서 예산부족 등의 이유로 겨우 2116명을 임용하는데 그치지 않았던가. 이제 와서 또 그 미사어귀(?)에 속으란 말인가.

우리 나라는 공공시설 중 교육부문의 시설이 절대량 부족할 뿐만 아니라 그 수준이 가장 전근대적이며, 교원당 학생수도 OECD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어 교원의 근무부담이 가장 많은 실정이다. 이번 교육 및 교원 정책들이 말로만 떠드는 선전용이 되어서는 안되며, 또다시 교원들을 기만해서는 더욱 아니 된다. 지난 대선과 그해 전국교육자대회 생각이 난다. 그 당시 김대중 대통령후보는 1만2000여명의 전국 각시·도 및 시·군·구 교육자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GNP 6%를 교육재정으로 확충하겠다고 약속한바 있다.

그런데 지난 1999년도에는 교육예산이 GDP 대비 4.20%였던 것이 2000년도에는 겨우 4.52%밖에 되지 못했다. 국회 지도부와 정부당국은 교육재정의 확충만이 황폐화되다 못해 시들어가고 있는 우리 나라 교육을 되살릴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이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하고, 반드시 GNP 6% 이상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여야 한다. 이 경우 몇%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누수되지 않아야 함은 물론이다.

몇 년 전에는 전문직이 아닌 일반직 사무관 출신을 학교장으로 발령을 내어 전북도교련 그리고 교대·사대 교수와 학생들의 거센 반발을 산 일이 있다. 이제는 교원자격증이 없는 전문직업인의 교원임용을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말도 안 된다. 교원은 전문직 중 전문직이다. 결코 교원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직종이 아니다. 일정한 교육과정과 학점을 이수하고 교원으로서의 자질연수 등을 마친 후 그 자격증을 수여 받아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의사나 변호사도 아무나 할 수 있단 말인가. 면허도 없는 의사·변호사에게 의료행위나 변론을 맡길 수 없듯이 전문 직업인이라고 할지라도 무자격자를 교원으로 채용하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정말 어떻게 이런 생각이 나왔는지 모르겠다. 누가 이런 정책을 내 놓았는지 밝혀 내어 공개하여야 한다. 교원 경시풍조가 하늘을 찌르고 그것이 산성비가 되어 마구 뿌려지면 우리 나라 교육의 말세로 다가올까 두렵다.

이제는 교육인적자원부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때가 되었다. 한 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로서의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해야 하며, `국민의 정부'답게 국민의 교육을 위하여 교원들과 더불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유정복 (전북교련회장·국립익산대교수·한국법학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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