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역사 교과서 왜곡으로 시끄럽다. 남을 탓하기에 앞서 우리부터 광복 후 과거사에 대한 철저한 비판과 연구 없이 사안이 발생할 때마다 미봉책으로 넘겨오다가 이 지경이 되지 않았나 싶다. 지난 80년대 교과서 왜곡이 있었을 무렵에도 국민의 분노에 이끌려 그 불만을 독립기념관 건립으로 무마하고 본질적인 문제는 외교적 사안으로 어물쩡 넘기고 말았다. 역사에 대한 바른 인식은 우리 얼에 관한 문제로서 그 용어 하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런데 광복 반세기가 지나도록 우리부터 바른 용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우리는 이 날을 민족 광복의 날로 기념한다. 전쟁에서 승리한 연합국에게는 승전기념일이다. 반대로 일본은 패전기념일로 기억하기 보다 전쟁이 끝난 날로 기억하려 해 용어도 `종전기념일'을 쓴다고 한다.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있었던 전쟁을 없었던 일로 하는 것은 비난받아 마땅한 행위다. 게다가 우리 겨레 중에는 입에 익어서인지 일본 식민지 지배세력이 만들어낸 역사용어를 함부로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조선왕조'를 `李朝'라고 부르고 일제의 `조선강점, 경술국치'를 `한일합방'이라 하고, `을사勒約'을 `을사보호조약'이라 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삼일운동, 친일파, 일제시대라고 하는 용어도 `기미만세의거, 부왜(附倭)역적, 나라 잃은 시대' 등으로 부르는 것이 바른 표현일 것이다. 말은 사람의 생각을 다스린다. 하물며 역사용어야 얼마나 중요한가. 이런 점에서 우리는 지금 사용되고 있는 우리 역사용어를 재검토하고 바르게 쓰도록 해야 한다. 역사 교과서 왜곡문제가 한일간 현안인 지금, 이것이야말로 우리의 당면과제다. 이제 우리는 역사학자들이 먼저 근세사를 잘 연구하고 학교에서 바로 가르쳐 우리 민족정기를 올곧게 세우는데 힘을 쏟아야 한다. <조헌국 경남 진주 명석중 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