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인터넷 중독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연구기관에서 실태조사가 이어지고 결과가 발표되면 각종 대책도 쏟아진다. 국회에서는 이를 뒷받침할 법안 제출도 이어진다. 그렇지만 대책이 효과를 거뒀다거나 법안이 제정됐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청소년 인터넷 중독에 관한 대책이 각종 법규에 분산 규정돼 있고 부처별 중복이 많아 신속하고 연속적인 대책 실행이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부처마다 개별 대책 = 인터넷 중독과 관련된 대책은 국가정보화기본법,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 청소년기본법, 청소년보호법 등에 분산 규정돼 있다. 자연히 부처별로 산발적·독자적으로 관련 정책 및 사업이 시행된다.
현재 인터넷 중독 대응정책 수립 및 총괄, 예방 등은 행정안전부, 청소년 상담 업무는 여성가족부, 게임에 관한 사항은 문화체육관광부 등으로 서로 나눠져 있다. 일원화된 대응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여성가족부는 청소년보호법 개정을 통해 청소년의 게임중독 예방과 치료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청소년게임중독에 관한 사항을 여성가족부 소관업무로 명문화하려 했으나 필요하다면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서 다뤄야 한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반대로 무산됐다.
또 행정안전부는 산업진흥을 다루는 곳에서 규제를 담당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진단하고 있어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와는 상이한 입장이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은 최근 ‘인터넷 중독의 예방과 해소를 위한 법제 정비 방향’ 보고서를 통해 부분적으로 담당하고 있는 부처 업무를 통합해 체계적 종합적으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부처 간 협력시스템 구축 등이 절실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포괄적인 법 제정·전담기관 설치 필요 = 현행 법체제는 한계가 많다. 국가정보화기본법은 인터넷 중독 종합계획 수립에 관한 포괄적인 사항만 규정하고 있어 적극적·구체적 정책추진의 법적 근거가 미흡하다. 또 게임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에는 게임과몰입 예방 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법의 기본 목적이 국가차원의 고부가 가치를 갖고 있는 게임산업을 진흥함으로써 게임 중독자를 양산하는 양면성을 담고 있어 사업자들에 대한 구체적 규제를 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인터넷 중독 피해자 측면과 중독의 영향을 고려할 때 청소년만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보호법으로는 성인인터넷 중독 예방도 어렵다. 결국 연령대에 걸친 콘텐츠․미디어를 포함하는 정보통신서비스 중독에 대해 포괄적으로 다룰 수 있는 종합적인 입법이 필요한 실정이다.
그렇지만 법안 제․개정도 지지부진이다. 17대 국회 이후 지속적으로 입법 발의를 통해 국회에 상정돼 쟁점화 되고 있으나 실질적 입법은 지연되고 있다. 발의만 되지 논의도 이뤄지지 않다가 폐기되는 경우도 있다.
지난 4월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성헌 의원실 관계자는 “상임위에는 상정된 상태로 계속 심사 중”이라며 “심각한 문제인 만큼 9월 국회에서는 본격적으로 논의를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말 그대로 계획일 뿐이다.
한편 한국정보화진흥원은 ‘법제 정비 방향’ 보고서를 통해 개별법을 제정하되 인터넷 중독 전반을 포괄해야 하며 역기능의 예방과 개선은 IT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에서 담당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들의 참여를 활성화하고 국가와 민간의 협조를 촉진할 수 있는 거버넌스 체제 구축도 강조했다.
진흥원은 또 ▲온라인셧다운 제도의 경우 일정 시간대의 이용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등의 방안 검토 ▲건강표준, 피로도 기준, 검증시스템 등 인터넷 중독 방지 시스템의 기준 마련 ▲사업자에 대한 과중한 규제를 막기 위해 일평균 이용자 상위업체 및 준용 제조업자, 인터넷접속 서비스 제공자, 특정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 등으로 구분해 각 단계별로 상이한 의무 부과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