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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이야기> 소 아니에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했다. 그러나 그 사실을 곧잘 잊어버리는 탓에 한 학생을 `소(牛)'로 만들었다가 혼난 기억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수업시간의 일이다. 하라는 공부는 않고 책상에 낙서를 하던 소 모 君이 눈에 띄었다. 불러 일으켜 세운 나는 큰 소리로
꾸짖었다.
"소, 낙서하지 말아라. 다른 사람도 쓸 책상인데 항상 깨끗하게 사용해야지." 이렇게 타이르고는 수업을 계속했다.
끝 종이 울려 교실을 나가려는 순간 소 군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울고 있었다. 웬일인가 싶어 물었다.
"왜 울어? 어디 아프냐?"
그러자 소 군은 "아니에요. 아픈 게 아니라구요. 선생님이 저보고 소라고 하셨잖아요. 전 소가 아니란 말이에요. 근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러고는 내 눈을 피해 창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내가 아이의 이름을 부르기는커녕 소 군이라고 하지도 않고 그냥 `소'라고 말하는 실수를 저질렀음을 깨달았다. 나는 얼른 "선생님이
잘못했구나. 네가 소 씨라서 무심코 소라고 했단다. 어쨌든 선생님 잘못이다"라고 말하면서 사과했다. 소 군은 내기 머리를 쓰다듬으며 거듭
사과하자 마음이 풀리는 기색이었다.
다음날 다른 교실에서 수업을 마친 내 앞에 소 군이 다가왔다. "선생님, 입 벌려보세요." 입을 벌리자 소 군은 손에 쥐고 있던 그 무엇을 넣어
주었다. 그러고는 "선생님, 수업하시느라 힘드시죠. 박하사탕이에요. 목이 조금 시원해지실 겁니다"라며 내 손 가득 박하사탕을 주고 갔다.
`녀석들, 조금만 잘해줘도 이렇게 기뻐하는 것을…' 그 때 그 수업시간, 소 군에게 사과대신 "수업시간에 책상에 낙서하는 놈이 소지 뭐냐"라고
했다면 오늘 내 입에 박하사탕을 넣어 준 소 군은 없었을 것이다. 마음속에 쓴 상처만을 간직할지언정….
몸의 상처는 잘 낳아도 혀로 입은 마음의 상처는 잘 낫지 않는다고 한다. 혀 밑에 독이 있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어찌 보면 나의 실수를
지적해 준 소 군이 고맙게 여겨진다.
그후로 말할 때는 늘 조심하게 됐으니까 말이다. 아이들의 이름을 또박또박 불러주자. 우는 아이 대신 기뻐하는 아이들을 자주 만나게 될 것이다.
<이덕기 前 경남 장유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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