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천 S초교가 일제고사 때 조직적인 성적 올리기를 한 적은 없다. 하지만 교육자로서 비교육적 행동을 함으로써 충북교육의 신뢰도를 떨어뜨린 것에 대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충북도교육청이 지난달 13~14일 치러진 국가 수준 학업성취도 평가때 제천 S초교에서 발생한 시험감독 부정행위가 학교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부담감을 느낀 교감과 일부 교사들의 부적절한 처신 때문에 빚어진 '해프닝'으로 잠정 결론 내고 관련 교사 6명을 징계 의결 요구하는 선에서 일제고사 파문을 일단락지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발생한 직후인 지난달 21일 전교조 충북지부가 기자회견을 통해 추가로 제기한 '13건의 부정행위 의혹'에 대한 진상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일제고사를 둘러싼 갈등과 마찰은 지속할 전망이다.
도교육청이 전국적 파문을 일으켰던 이번 사건을 이렇게 일단락지은 것은 본청 특별감사반을 투입해 철저히 조사했지만, 언론에 보도되거나 전교조 충북지부가 제기한 것처럼 조직적인 성적 올리기는 없었고 교감과 교사가 직접적으로 정답을 알려준 사실도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교감과 일부 교사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봐라', '화살표는 이렇게 하는 거야', '수학문제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잘 봐라, 여러 방면으로 생각해봐라'라고 말한 것이 마치 정답을 알려준 것처럼 비쳤다는 것이다.
또 '지방자취'라고 답을 쓴 학생에게 교사가 '취'인지 '치'인지 잘 생각해보라고 말한 것도 오해를 불러 일으켰다는 것이다.
중차대한 사안은 아니지만 교육자로서 비교육적 행동을 함으로써 그동안 어렵게 쌓아올린 충북교육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전국적 파문을 일으킨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 같이 징계 의결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도교육청의 이 같은 문제 인식은 이들 교사를 희생양 삼아 일제고사 파문을 잠재 우려한다는 교육계 안팎의 비판을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자칫 학업성취도 평가의 도입 취지를 무색하게 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전교조가 추가로 제기한 부정행위 의혹에 대해 '신빙성이 없다'고 일축하기보다는 더 철저히 파헤쳐 사안에 따라 관련자를 엄중 문책하고 일선 학교 관리자들이 제천 S초교에서 발생한 것과 같은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시행 초기 때부터 '학교 간 줄세우기', '공교육 파행' 등의 문제로 논란의 소지가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이지만, 도입 취지를 교사들에게 충분히 설명해 이해를 구하고 교사들이 성적 공개에 따른 부담감을 갖지 않도록 세심하게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필요하다면 인근 학교 교사 간 교차 감독을 해 공정성을 확보하는 것도 이번과 같은 파문을 예방할 수 있는 한 방법이라고 교육계는 지적하고 있다.
이와 함께 전교조 등이 지적하듯 학업성취도 평가 성적 공개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해 개선책을 마련해줄 것을 정부에 건의해야 한다고 교육계는 조언한다.
올 초 발표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우수 성적을 올린 도교육청이 이번 파문으로 실추된 도민들의 신뢰를 되찾고 공교육 정상화에 이바지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을지는 도교육청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