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에서 학생을 열심히 가르치는 교사가 보람과 긍지를 갖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 이유는 교직사회가 교단교사를 우대하기보다는 관리직인 교감과 교장 우위의 풍토로 고착·운영되어 왔기 때문이다. 수석교사제는 교사의 질적 수준을 높이는 길이다. 현재 승진 가능인원은 전체 교사의 3%에 그치고 있다. 그러다 보니 평교사로 남기를 원하는 교사, 승진을 일찍 포기하는 교사가 속출하고 있다. 교직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고 대신 교직사회에 대한 비난, 비협조로 투사된다. 창의적인 개인연구는 하지 않고, 기존 연구(참고서)에 의존하거나 아니면 교재연구란 명목으로 어쩔 수 없이 하며, 직무연수는 안중에도 없고 부장회의에서 시범학교라도 운영하려고 제안하면 비협조적인 언사를 늘어놓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의 교육경쟁력은 기대할 수가 없다. 이들을 구제하는 길은 시스템을 바꾸는 일 뿐이다. 수석교사제는 교직원 상호간 위화감을 극복하는 길이다. 현재 교육부에서는 일괄적으로 교사 1인당 수업시수를 정해놓고 교사를 배치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새내기 교사나 경력 20년 이상인 교사나 수업시수가 똑 같을 수밖에 없다. 수업 분배 과정에서 경력이 많은 교사는 요즘 젊은 교사들은 예의가 없다느니 자기중심적이라느니 개인주의라느니 하면서 푸념한다. 이는 세대간의 갈등도 아니고, 젊은 교사들의 의식에 문제가 있어서는 더욱 아니다. 바로 시스템의 문제이다. 이 문제는 본질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구축되어야 해결된다. 수석교사제는 교사의 명예와 자긍심을 높여 주는 길이다. 정년퇴임이나 명예퇴직 시 평교사를 교감으로 승진시키는 '눈감고 아웅식 행정'을 탈피해야 한다. 평소 교직에 몸담고 있을 때 진정으로 자긍심을 높여주어야 교직에 대한 보람과 긍지를 가지고 근무할 것이 아닌가. 똑 같은 평교사로 새내기 교사들에게 눈치나 보며 기가 죽을 대로 죽어 마지막으로 어쩔 수 없이 선택하는 최후의 길, 명예 퇴직! 이것이 우리 교사들의 최후가 되어서는 안된다. 더 이상 우리 스스로 공도동망(共倒同亡)의 길을 선택하는 우(愚)를 범해서는 안된다. 수석교사제는 진학지도 베테랑 교사들을 구제하는 길이다. 대부분의 인문계 고등학교에는 진학지도 베테랑 교사들이 많이 있다. 아침 7시부터 밤 11시까지 초과근무까지 하면서 말이다. 얼굴은 부항이 난 것처럼 부어있는가 하면, 혼기를 놓친 처녀교사도 있다. 운동을 제대로 못해 기형 비만 교사도 있다. 그들을 어떻게 보상해줄 것인가. 겨우 호봉에 따른 초과수당이 전부인 이 현실을 말이다. 그들의 낙은 오로지 제자 사랑뿐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40대가 되어서는 `아차 이것이 아니었구나!'하고 화들짝 놀란다. 승진의 대열에서 완전히 낙오되었으니 말이다. 수석교사제는 도서벽지에 훌륭한 교사를 배치시킬 수 있는 길이다. 승진을 포기한 사람은 농어촌 근무를 최대한 하지 않으려고 한다. 반대급부인 보상이 없는데 누가 벽지를 가겠는가. 봉사는 순수한 봉사여야 한다고? 아니다. 보상이 따르지 않으면 학생도 안 한다. 미국이 뇌성마비 아이를 왜 입양시키는가. 바로 반대급부인 경제적 보상이 따르기 때문이다. 한국은 왜 우리의 아이들을 해외로 입양시키는가. 보상이 없기 때문이다. 관리직으로의 승진과는 별도로 일정한 자격을 지닌 교사를 수석교사로 임용하는 제도적 장치는 교사들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농어촌과 산간벽지 근무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수 있다. 수석교사제는 교사들을 점수의 무한경쟁에서 탈피하게 하는 길이다. 바늘구멍 만한 승진대열에서의 중도 탈락자를 구제해 주어야 한다. 교직만큼 무한경쟁을 요구하는 사회도 없다. 연구, 벽지, 시범학교, 근평 등 그야말로 점수, 점수이다. 이러다 보니 학교현장에서 불협화음이 자주 발생한다. 정부는 교단교사들을 '점수'로 줄세우는 현행 승진체제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우리 교사들은 어설픈 이념을 가지고 논의하기보다는 합리적인 생존방안을 강구할 때다. 교사는 평등해야 한다. 그러나 교장도 교사 중에서 선출보직해야 한다는 생각은 왜곡된 평등주의에 불과하다. 수석교사제야말로 어느 정도의 경쟁을 유도하면서도 교육의 질적 제고를 실현시킬 수 있는 합리적인 교원정책이 아닐 수 없다. 조직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건강성을 부여하면 활기를 찾고 건강성을 상실하면 존재 가치를 잃게 된다. 교직사회에 건강성을 부여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이 바로 수석교사제이다. `교장이 죽어야 교직사회가 바로선다'는 일부 교사들의 생각은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진정으로 교직사회를 바로서게 하기 위해서는 `교사를 살려야 한다'는 의식의 대 전환이 필요하다. 교사가 살아야 교육이 살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