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간에 ‘4억 명품녀’가 한창 화제다. 그녀는 부모가 주는 용돈으로 3억 원이 넘는 차를 몰고 다니며 8억 원이 넘는 명품가방을 가지고 있고, 일시 몸에 걸친 옷과 악세사리만 4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 동안 돈 있는 사람들의 호화스런 생활에 대해 안 들어본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이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이와 같이 지극히 사치하고 호화스러운 생활을 묘사하는 성어로 ‘지취금미’(紙醉金迷)가 있다. 옛날 당나라 소종(昭宗) 때에 맹부(孟斧)라는 의사가 있었다. 그의 치료는 아주 신통하여 늘 궁중에 불려 들어가 황제와 황비들의 병을 고치곤 했다. 이렇게 몇 년이 지났는데, 황소의 난이 일어나 장안이 어지러워졌다. 그는 그곳을 빠져나와 사천(四川)으로 이주했다.
얼마 후 그는 황궁에서의 생활이 그리워졌다. 그리하여 그는 기억나는 대로 황궁의 장식을 모방해 자신의 집을 짓고 또 화려하게 꾸몄다. 그는 특히 햇빛이 잘 드는 방 하나를 골라 황궁과 같은 여러 가구와 집기를 들여놓고는 모든 기물에 황금으로 만든 금박지를 씌웠다. 그러자 창문을 통해 환한 햇살이 비출 때면 온 방안에 찬란한 황금빛이 출렁였다.
맹부의 친척이나 지인으로 이 방을 들어와 본 사람은 모두 그 황금빛의 아름다움에 잠시도 찬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들은 돌아가서 한결같이 “그 방에서 잠시 머물면 누구나 금빛장식에 도취되어 정신을 차릴 수 없다(紙醉金迷)” 고 말했다.
‘4억 명품녀’는 자신이 힐튼호텔 상속녀인 패리스 힐튼보다 낫다고도 자랑했다. 그녀의 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없지만 그녀의 목표는 세상 어느 누구보다 더 화려하게 치장하는 것인가 보다. 또 그녀의 집에 가본 사람들은 필시 “희귀한 명품에 도취되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名醉品迷)”고 감탄을 연발했을 것이다. 진귀한 명품만을 극단적으로 추종하는 사람을 묘사할 새로운 성어 ‘명취품미’(名醉品迷)가 출현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