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 제출된 민주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놓고 일부 시민단체와 사학 경영자간에 대립과 갈등이 증폭되고 색깔논쟁마저 부르고 있다. 급기야 정당간에도 의견 차이가 커 국회 교육위원회가 올 들어서만 교원정년 재조정 법안 상정 논란에 이어 두 번째로 파행되는 사태가 초래됐다. 사립학교법 개정 논의는 당분간 국회 밖에서 찬반 이분법적 대립 구도에서 기세 다툼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상대방에 대한 모략중상 적 험담이 난무해 법과 교육의 논리에 근거한 합리적인 논의는 잦아들고 흑백논리가 판치게 될 것이다. 사립학교법 개정이 사학 관련 집단간의 이익적 관점에 근거한 집단 대결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사학 문제 해결을 위해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국민의 교육기본권 보장이라는 교육본질적 이념에 기초한 신중한 접근이 요청된다. 우리는 사학의 부조리와 교육적 폐해를 불식하기 위해 사학 법제와 운영 시스템이 개편돼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사립학교법 개정은 사학의 특수성에 근거한 자주성 보장과 공교육기관으로서의 공공성의 원리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방향에서 점진적이고 단계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더욱이 오늘날 우리 사학의 문제는 법률적 측면, 정부의 사학 정책적 측면, 사학 내부의 실제 운영상의 측면, 그리고 사학 구성원의 의식의 문제 등 다중적이고 복합적인 성격을 띠고 있다. 사학 운영 개선의 핵심은 학교법인 이사회의 구조와 운영을 개선해 사학 운영의 부조리를 제거하는데 있다. 구체적으로 사학 교원 인사의 공정성과 재정 운영의 투명성 확보가 관건이다. 이렇게 볼 때 민주당의 개정안은 교원 인사와 재정 운영 개선을 위해서는 다소 미흡한 수준이며 일부 내용에 있어서는 설립자의 권리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부분이 포함돼 있다. 특히 색깔 논쟁의 진원이 되고 있는 학교운영위원회 및 교수회에 이사, 감사, 교원인사위원 추천권 등의 권한을 부여하는 문제는 일견 민주성 제고의 측면이 있으나 현실적으로는 사학의 분규와 구성원간의 갈등을 증폭시킬 여지가 크다. 사립학교법 개정 논의가 감정 싸움에 머물지 않고 국민적 공감대 위에서 합리적으로 이루어져 국민의 사랑을 받는 사학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