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한호 용인삼가초 교장
“학생들에게는 추억을, 교사들에게는 자기장학의 기회를 주려고 합니다.”
최한호 용인삼가초 교장은 ‘오늘 저희 반 수업 좀 찍어주세요’라는 선생님의 요청이 있을 때면 어김없이 카메라를 들고 교실로 찾아간다. 선생님의 지도 모습은 물론 수업에 임하는 학생 개개인의 활동 모습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는다.
최 교장이 찍은 영상은 ‘2-4 수학시간’, ‘3-1 국어시간’ 등의 이름으로 컴퓨터에 옮겨져 학급별로 분류된 폴더에 저장돼 있다. 최 교장은 학년이 끝날 즈음 수업시간 동영상에 소풍이나 특기적성시간에 찍은 사진 등을 편집해 학급별 영상앨범을 만들어 준다. 학생들이 지은 가사에 동요의 음을 붙여 학급 노래를 만들어 영상에 더하기도 한다.
최 교장은 또 수업시간에 찍은 영상을 학교 메신저에 올려 선생님들이 서로 공유할 수 있도록 했다. 영상에는 학습목표와 동기, 학습단계별 과정을 자막으로 표시해 지루하지 않고 알기 쉽게 편집했다. 선생님이 자기 수업을 직접 보면서 행동이나 말투 등을 고칠 수도 있고, 다른 선생님들에게는 새로운 교수법을 익히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교원평가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최 교장은 이 같은 방식을 취했다. 물론 원하는 선생님에 한해서다.
최 교장은 “처음에는 부담스러워 하던 선생님들이 나중에는 먼저 찍어달라고 하는 것을 보면 영상을 통해 자신의 교수법을 돌아보고, 수업을 개선하려는 선생님들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6년 전 같은 학교 선생님으로부터 영상편집을 배웠다는 최 교장은 학교 현장에서 다양하게 동영상을 활용하고 있다. 학생들이 지루하게 여기는 ‘교장선생님 훈화’도 영상으로 전한다. “독서를 하라”는 긴 훈화 대신 책을 읽는 학생들의 모습, 학교 도서관의 이용법, 도서 등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수학여행을 갈 때도 학생들의 활동과 유적지를 카메라에 담고 역사적 설명을 자막으로 덧붙여 영상을 제공한다.
학교의 주요 행사와 전경, 학생 활동을 담은 10여분의 동영상을 만들어 학부모나 외부 손님들에게 소개하고, 특기적성 발표회를 영상CD로 만들어 학생 전체에 배부하기도 했다. TV에서 흘러나오는 애국가처럼, 학교와 학생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교가의 배경화면으로 만들고 1년에 서너 번씩 영상을 교체하고 있다.
최 교장은 “어떤 장면을 담을지 고민하고 같은 영상을 수십 번 이상 보면서 편집하는 것이 고된 작업이기는 하지만 선생님들에게는 교수법 향상의 기회를 주고, 학생들에게는 학창시절을 되돌아보게 해주는 영상작업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