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 와이셔츠에도 뼈가 있다는 말을
흘려듣다 너무 오래되어 어슴푸레한 기억 하나를 끄집어냈다
옷장 속에 묵혀 누렇게 탈색된 흰 와이셔츠
물 뿌리고 풀 먹여 등덜미를 문지르자 생솔가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대나무 관절 꺾이는 소리
감나무 제 힘에 부쳐 어깨 찢어지는 소리
뼈와 뼈가 부딪쳐 자지러지는 소리에 벌레가 구멍을 갉아내는 소리였다
그동안 등에 흐르던 물방울 소리가
늘 따뜻했던 것은 흰 와이셔츠를 떠받치고 있던 등뼈 때문이었다
골다공증이었다
흰 와이셔츠에 군데군데 구멍이 나 있었다
다리미가 지나갈 때마다 신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생을 추스르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흰 와이셔츠를 다리는 일은 금방이었지만
벌집 숭숭한 등뼈의 맨홀을 덮는 일은 또 몇 년이 걸려야 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