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저녁 2010년도 학부모총회를 준비하기 위해 모인 영림중 학부모들의 표정을 밝았다. 23일 교과부가 내부형공모교장의 절차에 문제가 있다며 학교장의 임용제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그간 교과부, 교육청, 감사원을 다니며 호소했던 목소리를 들어줘 감사하다”면서도 “한편으로는 갈라진 학교의 여론을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책임감도 느낀다”고 말했다.
이상의 영림중 학부모회장은 “교과부의 결정은 당연한 결과다”며 “이미 공정성 위배가 확인됐고, 학부모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공모교장 결정은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학부모 대상 경영계획 설명에 17명밖에 참석하지 않은 점을 제기해왔다. 또 심사위원 1명을 제외하고는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로 구성돼 심사과정이 투명하지 않았다고 강조해왔다. 하지만 서울시교육청은 일부 학부모들이 설명회 불참을 유도한 것이 문제였으며, 심사위원의 정치적 성향은 주관적인 판단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 회장은 이번 파동을 겪으며 내부형교장공모제가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학교가 정치장화되고 의견이 갈라질 우려가 확인됐다는 것. 이 회장은 “기본적으로 교장선생님을 자격이 있으신 분이 하시고 이 분들에 대한 자율권과 남용에 대한 보완책을 마련하는 것이 효과적”라는 의견을 밝혔다.
개학을 앞둔 시점에 큰 일을 겪은 학부모로서 현재 갈라진 학교 구성원들의 마음을 어떻게 추슬러야 할지 고민이라는 이 회장은 “내부형 공모교장을 찬성했던 분들도, 반대했던 분들도 결국 아이들을 위한 마음은 한마음”이라며 “감정을 다듬고 대화를 한다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또 교육청은 공모교장을 재추진할 것이 아니라 이른 시일 내에 교장을 임명해 학교의 리더십 공백을 최소화 해줄 것을 당부했다.
다만 이번 일을 주도했던 서울시교육청에 대해서는 학부모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 줄 것을 건의했다. 수요자들은 학력중시를 원하는데 자신의 소신에 따라 여러 정책들을 추진한다면 결국 저항에 맞을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 회장은 “곽노현 교육감의 자녀들은 외고를 나왔으면서 지나친 경쟁을 지양하기 위해 특목고를 없앤다고 하면 학부모들이 어떻게 동의하겠냐”며 “학부모의 마음을 헤아려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방향으로 학교가 돌아갈 수 있게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
한편 내부형교장공모제 반대에 함께 해 준 교총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학부모들을 잘 도와줘 좋은 결과를 얻었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