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경감방안으로 교과부가 추진 중인 방과후 학교 영리기관 위탁 허용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프로그램 질 제고와 사교육 절감을 내세우는 교과부와 학교의 학원화와 위탁비리를 우려하는 교육계의 충돌이 재연될 조짐이다.
교과부는 지난달 발표한 ‘공교육 강화-사교육 경감 선순환 방안’ 시안을 추가 보완해 23일 오후 광주시교육청에서 공청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교과부는 현재 영리기관의 민간위탁을 금지하고 있는 시도교육청의 규제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2008년 4월 학교자율화 조치로 영리단체 위탁운영을 금지하는 교과부 지침은 폐지됐지만 일부 교육청이 여전히 이를 제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대전, 광주, 경기 등 8개 교육청은 방과후 학교 운영메뉴얼에서 비영리기관에만 운영을 허용하고 있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전국단위 우수 민간위탁기관 추천제를 도입하고 교육청의 사전심사 결과를 토대로 민간위탁기관 pool을 만들어 보급할 계획이다. 즉, 영리기관 위탁운영 여부를 학교가 자율적으로 판단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시도 담당자들의 반응은 회의적이다. 한 시교육청 담당자는 “교과부가 강행하면 어쩔 수 없지만 학교, 업자와의 결탁 비리, 학교의 학원화 등 부작용을 생각하면 신중해야 한다”고 말한다. 특히 현재는 영리기관 위탁이 초등교에 집중(전체의 90.7%)돼서 덜 하지만 중·고교에 학원이 진출해 주지교과 내신·수능 대비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도교육청 담당자는 “학원이 자선기관도 아니고, 결국 싸게 들어오면 그건 유치전을 위한 전략적 진출일 뿐”이라며 “그 과정에서 특혜 선정 비리가 발생해 홍역을 치른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최근 강원도 내 일부 초등교는 민간 영리기관에 피아노 강좌를 위탁해 벌써부터 잡음을 겪고 있다. 지역 학원업계가 “영리기관 위탁운영 금지지침을 위반했다”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이 때문에 과거처럼 소모적인 논쟁만 재연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영리기관 위탁운영 문제는 이미 2009년 4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의 발언으로 추진하려다 당까지 만류해 무마됐고, 2005년에는 국회 교과위 차원에서 ‘비영리기관 위탁운영’을 논의하다 백지화 된 전력이 있다. 대형학원이 비영리법인을 만들어 학교에 진출할 거란 논란 때문이다.
하지만 교과부는 “우수 민간위탁기관을 사전에 심사하고, 프로그램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 활용하면 괜찮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교과부는 올해 3, 4월 전국 권역별 토론회를 거쳐 여론을 수렴한 뒤 5월께 구체적인 계획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