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학기부터 전국 1500개 고교에 진로진학상담교사가 첫 배치됐다. 진학진로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교과부의 야심찬 시작은, 그러나 충분한 사전 준비 없는 성급한 졸속 시행으로 인해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공교육 정상화의 핵심 교사 될 것이라더니….”
경남의 한 고교 교장선생님은 “교과부가 비정규직이 많은 전문상담교사 대신 정식 교사인 진로진학상담교사를 연수해 보낸다고 해서 기대가 컸었는데 복잡한 대학입시에 대해 거의 알지 못하는 교사를 진로진학상담부장으로 임명해야해 황당하다”고 토로했다.
교과부는 지난 1월 중·고교 정교사 자격에 ‘진로진학상담’을 신설하기 위해 교원자격검정령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부전공 자격 연수를 거쳐 진로진학상담 교사(2급)를 3월부터 고교에 우선 배치했다. 하지만 이 교사들의 자격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지 않아 시·도교육청별로 각기 다른 기준으로 해당 교사들을 선발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경기의 경우 입시 경험이 많은 베테랑 교사들도 고배를 마셔야 할 만큼 선발 경쟁이 치열했던 반면, 부산·경남은 집중이수제 실시 등으로 과목 입지가 애매해진 과원 교사와 진학부장 교사 등 희망 교사들을 별다른 경쟁 없이 선발했다는 것이다.
부산의 고교 교장은 “중학교에서만 근무한 교사를 진로진학부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진학 지도는 경험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분야인 만큼 학교의 신뢰성을 위해서도 이런 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경남의 다른 고교 교장 역시 “자격증도 받기 전에 굳이 이렇게 빨리 배치할 필요가 있는가”라며 “졸속적 행정으로 학부모와 학생의 신뢰를 잃을까 두렵다”고 말했다.
부산의 한 진로진학상담교사 역시 “시·도진로진학상담교사협의회에서도 ‘진학을 빼고 진로상담교사로 가야 한다’ ‘진로진학상담교사가 돼야 한다’며 상담교사의 성격에 대해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며 “입시정보만이 아닌 진로의 큰 틀에서 상담을 해나가는 것은 맞지만 능력이 되지 않는 교사가 부장까지 맡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혼란에 대해 교과부 김창희 연구관은 “대부분 시도의 경우 21년 이상 경력의 고교 진학부장들이 상담교사로 배치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교장 재량으로 진로진학상담교사를 반드시 부장으로 임명을 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관은 또 “짧은 기간 내에 전국적으로 시행되다 보니 충분히 대비하지 못한 부분이 있지만 배치 학교 교장 대상 연수를 실시하는 등 상담교사들이 진로진학지도에 집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진로진학상담교사들은 지난 겨울방학 동안 180시간의 부전공 연수를 받고 3월 각 학교에 배치돼 진로진학상담교사로 활동하면서 학기 중과 여름방학 동안 연수를 계속해 총 570시간 연수를 마치면 8월 진로진학상담 교사 자격을 얻게 된다.
진로진학상담교사는=‘진로와 직업’ 교과 수업(주당 10시간 이하)을 담당하고 진로진학상담, 입학사정관제 전형 지원 업무 등을 맡는 2급 정교사다. 내년까지 전국 2256개 고교에 모두 배치되고 2014년까지는 전국 5383개 중·고교에 배치 완료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