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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산, 바다… 원하는 곳 어디라도 간다!" - 출발! 비디오 여행




방학도 어느덧 종반으로 치닫고 있군요. 휴가는 다녀오셨나요. 올 여름은 너무 더워서 휴가고 뭐고 다 귀찮으시다구요. 하긴, 덥긴 정말 무지하게
덥네요. 이럴 땐 방콕(?)에서 껌처럼 방바닥에 붙어있는 것도 그리 나쁘지는 않겠지요. 여기에 시원한 수박화채와 비디오 한 편만 있으면…. 자,
그럼 환상의 세계까지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비디오 여행, 출발하겠습니다.

살인더위에 기력이 쇠하셨다구요. 그렇다면 포스터만으로도 시원함을 선사하는 '블루'와 '그랑 부르'에 한 번 풍덩 빠져보세요. 특히나 해저
다이버의 삶을 그린 '그랑 부르'는 장면 곳곳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푸르름의 심연에 저절로 잠겨들게 만들어 준답니다. 아, 잠수부 하니까 '맨
오브 오너'에서 역경을 극복하고 마스터 다이버가 된 칼 브래셔도 떠오르네요. 이 두 영화만 봐도 바닷가에 놀러가지 못한 한이 조금은 풀리실
겁니다. 게다가 바다가 항상 시원하고 마음까지 넉넉하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타이타닉'이나 '퍼펙트 스톰'에서처럼 어찌할 수 없는
죽음 앞에서는 바다가 그리 낭만적으로 느껴지지는 않으니까요.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이라.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이는 산을 좋아한다고 했던가요. 산을 등정하는 영화들은 대개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는 모습을 담아내거나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다른 사람을 살릴 것인지의 문제를 놓고 고민합니다. 산이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문제에 귀기울이게 만들기 때문일까요. '버티칼 리미트'에서는 과거의 아픔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되고, 'K2'나
'얼라이브'와 같은 영화들은 자신이 살아남을 것인지 함께 살아남을 것인지를 고민하지요. 어쨌거나 등산은 소신대로 인생을 살아가는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순이처럼 자신을 정리할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산과 바다를 떠올리니 아무래도 여행을 빠뜨릴 수가 없네요. 바람의 딸 한비야처럼 세계의오지를 돌아보는 것도 좋겠지만 현실은 우리를 그렇게 쉽게
떠날 수 있게 만들어주지는 않으니, 대리만족을 할 수밖에 없겠지요. '피어스 브로스넌의 로드맨'에서 영국신사 포그는 80일 동안 세계를
돌아보겠다고 호언장담합니다. 지금이야 비행기를 타면 하루 이틀이면 지구 한바퀴를 돌테지만, 비행기도 없는 시기에 배와 기차로 80일만에 지구를
한바퀴 돌겠다고 내기를 건 어리석음은 제쳐 두더라도, 여행이 아닌 일주에 의미를 두고 시간과 돈을 투자하는 포그를 저는 이해할 수가 없네요.
어렵게 나간 여행인데 되도록 많이 보고 즐겨야 하지 않을까요. 소설보다 긴장감이 떨어지긴 하지만 마지막 미처 생각지 못했던 요인으로 행복한
미소를 짓는 피어스 브로스넌의 표정을 보면 지루한 모험이 만회되긴 합니다.
오드리 햅번의 해맑은 미소가 돋보였던 '로마의 휴일'의 영향일까요. 해외여행하면 저는 제일먼저 로마를 떠올리게 됩니다. 로마가 배경이 되었던
우리영화 '굿모닝 대통령'. 80년대 말 대학생들의 배낭여행을 다룬 이 영화에는 이규형 감독의 배낭여행론 이라든가, 가수 이상은의 데뷔 때의
발랄한 모습 등이 담겨있습니다. 이들처럼 저렴한 돈으로 세계를 여행할 수 있다며 얼마나 좋을까요.
산, 바다, 배낭여행에 피곤하시다구요. 그럼 가만히 있어도 소름 몽글몽글 돋아나는 공포영화를 보셔야겠군요. 효과적인 음향으로 서서히 공포를
맛보게 하는 '왓 라이즈 비니스'나 조니 뎁의 바보같은 연기와 크리스티나 리치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슬리피 할로우', 죽음의 운명으로부터
끊임없이 도망치는 '데스티네이션' 같은 공포물 정도면 더위는 저만치 멀리 달아날 겁니다.
그래도 뭔가 좀 허전하시다구요. 그렇다면, 기존 마녀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키리쿠와 마녀', 광활한 시베리아 벌판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러브
오브 시베리아'의 문학적 정취에 흠뻑 심취해 보는 것도 괜찮을 듯하군요. 눈앞을 꽉 채운 드넓은 설원, 털옷을 입고 러시아 축제를 즐기는
그네들의 모습을 즐기다 보면 여름이 저 멀리 사라질 테니까요.
자, 이제 슬슬 정리를 해야겠군요. 마지막은 계절에 관계없이 누구나 좋아하는 사랑 이야기로 하면 어떨까요. 다른 사람의 색다른 취향마저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것이 사랑이라지요. 실연후 자신의 사랑 방식을 점검하는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나 '러브 앤드 섹스'를 보며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의 취향을 점검해 보십시오. 도둑임을 알면서도 사랑이 변치 않았던 '브랜단 앤 트루디'를 이해할 수는 없지만 '타인의 취향'에 관심을
기울이다보면 좀더 상대방을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지 않겠습니까. /서혜정 hjkara@kft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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