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에서 사실상 '승리'해 한껏 고무돼 있던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이 단 며칠만에 검찰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최대 고비를 맞게 됐다.
20여년간 방송통신대학 법학과 교수로 재직한 곽 교육감은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인권위원회 초대 위원, 사무총장, 대통령자문정책기획위원회 위원,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민교협) 공동의장 등을 지내는 등 각종 경력을 쌓아왔다.
곽 교육감은 지난해 민선교육감 선거에서 민교협 추천을 받아 서울시교육감 후보로 나선 뒤 진보진영 후보단일화에 극적으로 성공하면서 34.3%의 득표율을 얻어 당선됐다.
그는 '건국 이래 최악의 교육비리'라는 수식어가 붙은 공정택 전 교육감의 후임인 만큼 개방형 감사관을 임용하고 일상감사 전담팀을 신설하는 등 교육비리를 척결하는데 주력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투명 행정' 공약에 따라 시내 공립ㆍ사립학교, 교육청에서 이뤄지는 시설공사의 계약 내용과 세부 비용을 외부에 전면 공개하는 조치도 마련했다.
그는 당선자 시절부터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던 혁신학교 300곳 개설, 무상급식 전면 확대, 초ㆍ중학교 공교육비 완전 무상화, 학생인권조례 개정 등 정책들도 취임 후 하나둘씩 추진해왔다.
지난달 말 곽 교육감은 남은 임기 3년 동안 본격적으로 추진할 정책과제와 역점사업을 담은 '서울교육발전계획'을 내놓으며 본격적인 정책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곽 교육감은 지난 1년간 주요 정책을 두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자주 갈등을 빚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교육청이 지난해 7월 중순 모든 학교에 전면적인 체벌금지를 선언하자 교과부는 학교 현장의 혼란을 우려해 간접체벌을 허용하겠다는 엇갈린 방침을 내놓아 일선 학교에서 혼선이 빚어졌다.
지난해 학업성취도평가를 둘러싸고 서울교육청이 평가를 보지 않고 대체학습을 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가 집단 시험 거부사태가 발생했다.
교육청이 내부공모를 통해 서울 영림중 교장 후보로 전교조 출신 박수찬 교사를 임용제청했지만 교과부가 선발 절차상 문제를 들어 임용을 한차례 거부했고, 교육청의 임용 재제청에 대해서는 검찰 기소를 이유로 결정을 유보했다.
최근에는 교육청이 전교조 등 4개 교원단체와 맺은 단체협약에 대한 논란, 방과후 학교 시행방침을 둘러싼 논란 등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곽 교육감은 1년 가까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극한 대립을 빚어온 무상급식 논란에 대해 최근 종지부를 찍어 무상급식 정책을 본격 추진할 동력을 얻었다.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무산됨에 따라 자신의 핵심 정책인 '초중교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 확대' 공약에 대해 시민들로부터 사실상 재신임을 받았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앞으로 무상급식 전면 확대를 포함해 곽 교육감이 각종 정책을 추진하는 데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약속대로 시장직에서 물러난 지 하루 만에 검찰이 후보 단일화 과정의 돈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곽 교육감은 단 며칠 만에 '천당과 지옥'을 오가게 됐다.
한편 곽노현 교육감이 이날 "박명기 서울교대 교수에게 선의로 2억원을 지원했다"고 밝히면서 이 돈의 출처에 궁금증이 제기되고 있다.
작년 7월 곽 교육감은 6.2 지방선거를 치르느라 28억 4000여만원의 빚을 져 재산 총액이 마이너스 6억 8000여만원이었으나, 그 뒤 선관위로부터 35억 2000만원가량의 선거비용을 보전받았다.
이후 올해 3월 관보에 게재된 정부 공직자 2010년도 재산변동사항 내용에 따르면 곽 교육감은 아파트 2채 등 총 15억9천여만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이중 본인, 아내, 모친, 자녀 명의로 신고한 예금 자산은 9억여원이었으며 빚도 9억 5000여만원 있었다.
곽 교육감이 박 교수에게 건넨 2억원이 검찰 수사결과 대가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 추후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선거비용 명목으로 선관위에서 보전받은 35억 2000만원을 돌려줘야한다.
이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2004년 한나라당 의원이던 당시 주도적으로 국회에서 통과시킨 이른바 '오세훈법(선거법, 정치자금법, 정당법)'에 따른 것으로, 곽 교육감과 오세훈 전 시장의 질긴 악연이 이어지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