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이 진보성향의 단체를 초ㆍ중학교의 평화통일교육 전담 기관으로 선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15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경기본부'는 이달부터 오는 12월까지 희망하는 초·중학교를 대상으로 평화통일교육을 벌이고 있다.
평화통일교육은 도교육청이 지난 6월 계획한 '평화교육'의 하나로, 통일교육을 강화하기 위해 유관기관과 연계한 프로그램이다.
초·중학교는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경기본부, 고등학교는 통일교육문화원에서 교육을 한다.
도내 초등학교 140곳, 중학교 59곳이 통일교육을 희망한 가운데 지금까지 20여개 초·중학교가 창의력 체험활동 시간을 활용한 공동선언실천 경기본부의 교육을 진행했다.
각 학교는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가 제출한 강의안 가운데 원하는 주제로 한 학기 동안 1~3차례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평화통일 교육에 참여하는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강사진은 모두 11명으로, 모두 이 기관의 통일강사 아카데미 출신이다.
민간 통일운동기구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는 야권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해온 정치적 성향을 띈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도교육청은 통일관련 기관 중 학생들을 대상으로 교육한 경험이 있고, 충분한 전문 강사진을 확보한 기관 3곳을 1차 선정해 강의안을 검토한 뒤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경기본부를 교육기관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 위원회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이 위원회가 제출한 강의안만이 초·중학생을 대상으로 학교가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 단체의 통일교육 진행에 대해 일부 학부모들이 편향교육에 대한 우려 등을 제기하며 부정적 입장을 나타냈다.
아이디 '백동현'씨는 도교육청 인터넷 홈페이지 게시판에 '편향된 강사, 편향된 통일교육 바람직하지 않다'라는 제목으로 올린 글에서 "아이들은 스펀지처럼 지식을 무비판적으로 흡수한다. 공인된 교재와 강사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학교를 사랑하는 학부모 모임 최정희 공동대표는 "초ㆍ중학생의 통일교육기관을 선택할 때는 어린학생들에게 왜곡된 사실이 주입되지 않도록 교육전문성 등 다양한 판단 기준을 토대로 해야 한다"며 "특히 교육전문기관이 아닌 곳이라면 선택을 더 신중하게 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날 첫 평화통일 수업을 진행한 용인의 A중학교 한 교사는 "강사분들이 단어나 표현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해온 것 같았다"면서도 "교육자료를 차례대로 보여주다 보니 아이들이 적잖이 지루해했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6·15 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측은 "강사 전원이 위원회에서 운영하는 통일강사 아케데미 수업을 20~30시간 이수했다며 자질에 큰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효정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경기본부 교육국장은 "진행하는 교육 내용을 보면 전혀 걱정할 게 없을 것"이라며 "단체 이름만 보고 무조건 비판하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평화통일교육기관을 선정할 때 단체 성격보다는 지도안 중심으로 검토했다"며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가 제출한) 교육내용이 초·중학생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도교육청은 평화통일교육과 관련해 앞으로 유관기관과 연계해 전쟁기념관, 도라산역, 국립현충원 등을 방문하는 현장체험학습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편, 도교육청은 이날 오전 김상곤 교육감과 초등학교 교장 등 8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평화능력을 높이고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을 육성하기 위한 '경기평화교육헌장'을 선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