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각 시·도 교육청별로 1∼2개의 자립형 사립고를 시범 운영할 계획이어서 찬반논란이 뜨겁다. 지식기반사회를 맞아 현행 고교평준화 제도의 기본 틀을 유지하면서 고교 교육의 다양화·특성화를 추구하기 위해 자립형 사립고를 도입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자립형 사립고는 학생 선발권을 갖고 등록금도 일반 고등학교의 300%정도에서 책정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재학생 중 15%이상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도록 의무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서울시 교육청이 "신청서를 희망학교로부터 받는 등 공문과 관련된 업무는 시행하겠지만 제도 도입은 없다" 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것이 서울시 교육청의 입장이다. 사실 자립형 사립고 도입에 관한 것은 19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5년 5월 31일 교육개혁위원회 제2차 대통령 보고회에서 자립형 사립고 설립이 처음 제시됐고 1996년 8월 20일 교육개혁위원회 제4차 대통령 보고회에서 사학의 자율과 책임 제고를 강조하면서 서서히 공론화 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작년 7월 11일 새교육공동체위원회가 2002년부터 시범학교 운영을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금년 5월 23일 자립형 사립고 운영방안(안)이 확정되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7월 20일에 교육여건 개선 추진계획이 발표되면서 2002년부터 30개 이내의 시범학교 운영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자립형 사립고등학교 도입은 정말로 시기 상조일까? 그것보다는 지금까지 고교 평준화가 중학교 교육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으며 어떠한 문제점이 있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즉, 명문고교에 들어가기 위한 과열경쟁을 해소시켰고 특히 지금과 같이 중학교 학생수가 고등학교 학생수를 밑도는 상황에서는 고교평준화가 정말로 필요한 존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학생들의 수준을 하향 평준화시킴에 따라 능력 있는 학생들을 체계적으로 교육시키지 못한 점 등 문제점도 있었다. 물론, 이의 보완책으로 과학고등학교가 설립되긴 했지만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오히려 좋은 대학 진학의 디딤돌로 삼고있는 상황이라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우수학생들이 해외 유학 길에 오르는 등 공교육이 위험에 처한 상황에서는 틀에 박힌 교육을 탈피해 좀더 융통성 있고 학생 개개인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주는 다양화된 교육이 절실한 상황에서는 자립형 사립고의 설득력이 인정된다 하겠다. 물론 제도 도입은 엄격해야 한다. 종교교육 및 민족교육 등 건학이념이 분명한 사립고여야 하고, 재정결함 미보조 등 재정 운영이 건실한 학교, 특성화한 교육프로그램 및 교육방법을 가진 학교, 특정분야의 인재를 육성하기 위한 학교 등을 선정하되 투명성과 객관성이 유지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일부 신문보도에서처럼 선정과정에서 특정고등학교가 선정되도록 하기 위해 졸업생들이 압력을 넣는 등의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하겠다. 또한 일부 교원단체에서 반대의견을 가지고 있지만, 본격적인 실시에 앞선 시범실시인 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친다면 우리 나라 교육발전에 일조할 획기적인 방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단은 시범실시인 만큼 철저한 준비작업을 거쳐서 그 동안의 잘못된 교육정책의 되풀이가 되지 않도록 교육인적자원부와 시범학교로 선정되는 일선 사립고교가 최선을 다하도록 격려하고 제도의 본질이 왜곡되지 않도록 관심과 충고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시기 상조인 만큼 시범실시를 하는 것이고, 그 결과 장점보다 부작용이 더 많으면 도입을 유보하고, 그 반대라면 단계적으로 도입해 미래 교육을 준비하면 될 일이다. <이창희 서울 강현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