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음악이 가득 들어 있는 컴필레이션 음반 하나를 선물 받았습니다. 지독한 사랑이 주는 행복과 불안의 두 얼굴을 연상케하는 노래를 들으며 가을이 이미 제 마음 속에 들어와 있음을 알았습니다. 떠나보낸 사람 뿐 아니라 바로 곁의 사람조차 어김없이 그리워지는 오늘, 저는 최상품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마시며 사랑의 시 가득 담긴 시집 한 권을 읽으려 합니다. 너무 짙은 향기도 아주 가끔은, 괜찮으니까요.
쓸쓸하고 쓸쓸하여 사랑을 하고 이 책을 관통하는 분위기는 한마디로 '삶에 대한 이해'. 일상의 숨막히는 디테일과 존재론적 방황이 아름다운 문체에 얹혀 관용과 사랑의 정신으로 되살아난다. 곽재구의 '기다림'을 비롯 44명의 아름다운 시인들이 마음의 노래로 삶의 향기를 전한다. "내가 책을 읽는 동안 새들은 하늘을 날아다니고 바람은 내 어깨 위에 자그만 그물 침대 하나를 매답니다 마침 내 곁을 지나가는 시간들이라며 누구든지 그 침대에서 푹 쉬어갈 수 있지요" -'바람이 좋은 저녁'중에서 아름다운 시인 44인 / 좋은생각
사랑 '낡을수록 좋은 것은 사랑뿐'이라고 했던가. 빛 바랜 낡은 시집들 속에서 골라낸 70편의 사랑의 시편들은 아직도 우리에게 한줄기 등불이 되어 준다. "때로는 울고 싶습니다 그러나 어떻게 우는지 잊었습니다 내 팔은 울고 싶어합니다 내 어깨는 울고 싶어합니다 하루 종일 빠져 나오지 못한 슬픔 하나 덜컥거립니다" -이성복 '울음' 중에서 김용택 엮음 / 이레
그 작고 하찮은 것들에 대한 애착 책의 맨 앞에 놓인 강은교 시인의 '우리가 물이 되어'에 대한 안도현 시인의 촌평은 짧고도 단호하다. "아직까지 이 절창에 취해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국어 교과서를 잘못 만들었거나 우리나라 국어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뜻일 것이다.”'시인이 된다는 것은 시를 읽는 즐거움을 아는 사람이 된다는 뜻'이라는 안도현 시인이 즐겨 읽는 다른 시인의 시 71편에 짤막한 느낌을 덧붙였다. 안도현 / 나무생각
시가 내게로 왔다 "그러니까 그 나이였어… 시가/나를 찾아왔어. 몰라, 그게 어디서 왔는지/모르겠어, 겨울에서인지 강에서인지/언제 어떻게 왔는지 모르겠어,"로 운을 떼는 파블로 네루다의 '시'. 김용택시인은 이 시편을 소개하면서 자신은 스무 살 무렵, 날마다 저무는 들길에서 무엇인가를 기다렸다고 고백한다. 강물이 흐르고, 비가 오고, 눈이 오고, 바람이 불었지. 외로왔다니까. 그러던 어느 날 시가 내게로 왔어. 김용택 / 마음산책
그대의 사랑 안에서 쉬고 싶습니다 이 시집에 실린 시는 습작기에 있기 때문에 때묻지 않았습니다. 싱그럽습니다. 한 시인의 비슷비슷한 생각이 모여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의 가장 아름다운 마음들이 모여 있기에 더욱 돋보입니다. 문학을 전공하는 학생, 직장인, 소녀, 전업주부, 환갑을 넘긴 노인, 군인 등 때묻지 않은 여러 사람들의 가장 아름다운 마음들 100편이 담겨 있다. 좋은님 100인 / 좋은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