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때린 교사’보다 ‘교사 때린 학생’이 많은 것이 지금 우리 교육의 현실이다.”(경기 A중학교 교사)
최근 교육현장에서 들려오는 전언이 심상치 않다. 학생인권조례, 체벌금지 시행 1년여가 지난 지금 과도기를 거쳐 안정되기는커녕 갈수록 심해지는 교권침해와 갈등으로 오히려 학생지도를 기피하는 교육자들이 늘어나면서 교육이 설 자리를 잃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대비책 없이 학생인권만을 강조해온 현장은 본연의 교육활동을 하려는 대다수 교원들의 열정마저 꺾어 놓았다.
지난달 17일 학생인권조례가 선포된 광주의 B초 교사는 “학생의 무단결석 문제를 상의했을 때 학부모는 상관하지 말라고 했는데 나중에 학교 밖에서 아이가 문제를 일으키니 교사의 책임으로 몰더라”면서 “교육현장에서 사명감을 갖고 학생을 지도하는 교사들이 사라지고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야단만 쳐도 학생은 지금 때리려고 하는 거냐며 대들고, 학부모가 바로 학교에 쫓아와 항의하는 것이 현실인데 누가 나서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이 비단 학생인권조례나 체벌금지가 시행되고 있는 지역만의 상황이 아니라는 데 있다. 경북 C중 교사는 “이미 언론·인터넷을 통해 학생들이 무조건 체벌은 안 된다고 알고 있고 어떤 행동을 해도 선생님들은 제지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면서 “통제 불능의 아이들 때문에 하루하루 수업하는 게 힘들다”고 토로했다.
5초간 엎드려뻗쳐 시킨 교사 징계(경기 남양주), 중학생이 담배 뺏은 교감 폭행(대구), 여고생이 여교사 머리채 잡고 폭행(제주), 학부모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교사 3명 폭행(강원도) 등 전국에서 잇달아 불거지고 있는 교권사건은 학교로 향하는 교원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이 제출한 행정사무감사 자료도 교실붕괴의 심각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도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9월 말까지 교사의 학생 체벌은 총 35건(초등 2건, 중학 21건, 고교 12건)이었으나 학생의 교사 폭행은 총 49건(초등 1건, 중학 34건, 고교 14건)으로 14건이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교사의 학생 체벌은 2009년 46건, 2010년 39건, 2011년 35건으로 감소했지만 학생에 의한 교사 폭행은 13건, 45건, 49건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경기도교육청 생활인권 관계자는 “학생인권조례 시행 이후 교사의 지도에 불응하거나 언어폭력을 하는 등의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 “학생생활인권지원센터 등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은(66) 경기 교권 119 위원(전 용인초 교장)은 “학교는 학생, 학부모, 교원이 주체가 되는 곳인데 학생인권만 강조하고 교권을 보호하지 않는데 원활한 교육활동이 이루어질 수가 없다”면서 “인권에 묶여 정당한 교육활동도 방해받는 교실에서 교사가 무엇으로 보람을 찾겠느냐”고 말했다.
교총은 이러한 현장의 정서에 공감해 25일 대의원회를 통해 ‘학교 살리기 범국민운동’을 펼치겠다고 공표했다. 범국민운동의 배경에 대해 교총 관계자는 “그동안 교권과 교육활동 보호를 위해 간접체벌 허용 촉구, 교권 119 운영, 1학교 1고문변호사제 도입, 교육활동보호법 제정 추진, 대체벌 공모 등 지속적인 활동을 전개해왔지만 이제는 교총의 노력만으로는 학교 정상화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