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국공립대학들이 기성회비를 놓고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27일 서울 중앙지법이 서울대 등 8개 국립대 학생들이 낸 '기성회비 반환 소송'에서 '학생들에게 10만원씩 돌려주라'고 판결을 내린데다 주무부처인 교육과학기술부가 "대학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입장을 굳혔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주호 교과부 장관도 다음달 2일 국공립대총장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기성회비 인하에 최선을 다할 것을 당부할 계획이어서 주목된다.
재정부담과 여론악화에 당장 다음 달 등록기간을 앞두고 기성회비를 계속 걷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30일 교과부와 주요 국공립대에 따르면 전 26개 국공립대학(4년제) 모임인 국공립대총장협의회는 다음 달 2일 총회를 열고 진퇴양난에 처한 기성회비 문제를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이번 학기 기성회비를 기존 방식대로 거두면 향후 대법원 패소시 재정부담이 늘어나고 학생들의 반발만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등록금의 80%를 차지하는 기성회비를 폐지하기도 어려운 노릇이다.
기성회비 반환운동에 참가하는 학생 및 졸업생들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는 점도 국공립대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서울대 등 8개 국립대 학생 4219명은 각 대학 기성회를 상대로 "법적 근거 없이 거둔 기성회비를 쓰고 남은 잉여금을 돌려달라"고 소송해 27일 원고 승소 판결을 받았으며, 30일에는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원고인단 확대 등의 의사를 밝혔다.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인원은 전국 52개 국공립대 재학생과 졸업생이다. 1999년 기성회비를 폐지한 사립대는 제외된다. 이번 판결이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부당이득 반환청구권의 소멸시효인 10년 전 기성회비까지 돌려받을 수 있게 된다. 국공립대학들이 지난 10년간 195만명에게 거둔 기성회비는 총 13조2520억원이다.
교과부는 2·3심 결과가 나올 것인 만큼 사태를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대학들이 기성회비를 합법적인 수업료 등에 사용했다는 점을 입증하면 판결 결과가 뒤집힐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교과부는 그러나 장기적으로 '기성회비 폐지'를 추진하고 있는 만큼 이번 판결은 대학들의 책임이 크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국정감사 결과에서도 시설ㆍ설비비, 교직원 연구비, 기타 학교운영 경비 등에 써야 하는 기성회비가 교직원 인건비로 전용된 사례도 드러났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재 기성회비와 수업료를 합쳐 단일 교비회계 형태로 전환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면서 "기성회비를 각 대학의 자율에 맡긴 만큼 국공립대가 기성회비를 투명하게 운용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 또 교과부는 "하위 70%에 속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국가장학금이 지원되는 만큼 국립대만을 위한 추가예산 편성은 힘들다"는 입장을 전할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