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학교별 보고서 전달… 7가지 유형별 대처법 담아
교총 “폭력 심각성 재확인, 근절 다짐‧실천노력 필요”
“학교생활이 너무 힘들어요. 저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습니다. 우울증에 시달려 칼로 손목을 긋거나 자살을 하려고 했어요.”
14일. 한국교육개발원 김태완 원장은 “한 중학생이 이런 내용의 글을 적어 보내기도 했다”며 “가슴이 아프다”고 말로 ‘학교폭력 실태 전수조사’ 발표를 시작했다. 사례에는 ‘장애가 있는 친구를 다른 아이들이 때리고, 짝이 되기를 싫어하고, 놀려댔다.’거나 ‘같은 반 친구가 왕따를 당하는데 남자 아이들이 그 친구 책상을 발로 차고, 운동장에서 놀고 있으면 모래를 던진다. 그 아이가 지나가는 길은 더럽다면서 아이들이 지나가지도 않는다.’는 등의 목격담도 포함돼 있었다.
실제 이 사례를 조사한 경찰은 학생의 담임과 부모를 만나보니, 아버지는 막일에 지쳤고 어머니는 이름 모를 병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었으며, 언니는 정신지체 1급이었다고 했다. 경찰은 가해자에게 주의를 주는 한편, 피해 당사자에게 전담 여경(女警)을 배치해 정기적으로 미용실과 목욕탕에 데려가고 멘토링해 주도록 조치했다. 경찰은 현재 교과부에서 넘겨받은 자료를 토대로 가해자·피해자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3138건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번 조사의 전국 평균 응답률은 25%로 낮았지만, 회신을 보내 온 139만 여 명의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경험하거나 목격한 학교폭력 실상을 이처럼 구체적으로 기술했다. 표본 조사로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각 학교의 사례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만큼 학교별 리포트가 작성되면 생활지도 자료로서의 가치는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 교총도 15일 보도 자료를 통해 “학교폭력의 심각성을 재확인하였다는 점에서 사회는 물론 특히 교직사회가 깊은 자성과 함께 이번 결과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다짐과 실천적 노력을 다하는 계기로 삼아야한다”고 강조했다.
개발원은 현재 전문 상담교사 30명을 투입해 조사 결과를 심층 분석 중이다. 보고서에는 해당 학교 학생들의 항목별 응답률이 상세히 기록된다. 폭대위 개최가 필요한 경우, 학교 자체 조사가 필요한 경우 등 7가지 유형별로 구체적 방법까지 매뉴얼과 함께 담을 예정이다. 폭력 발생 빈도가 높은 학교는 고위험군으로 지정 우선적으로 전문상담교사 배치 및 컨설팅 장학 등 지원책도 마련된다.
4월, 보고서를 받은 학교가 다시 바빠질 수밖에 없겠지만 우리 학교‧학생들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잘 지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만큼 이번에야 말로 김태완 원장의 말처럼 “교실에서의 학교폭력을 근절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