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부가 29일 발표한 ‘교사의 행정업무 부담 경감방안’을 본 교원들이 쏟아낸 첫 마디였다. 그도 그럴밖에 이주호 장관은 지난 1월 안양옥 교총회장과의 신년 대담에서 “2012년은 교원잡무경감 원년이 될 것”이라며 “▲학교로 발송되는 공문량 감축 ▲각종위원회 정비 ▲불필요한 업무 폐지‧이관 등을 통해 행정업무를 간소화하는 한편 효율적인 학교운영 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2월말 내놓겠다는 교과부의 업무경감방안은 3월말이 되도록 나오지 않아 현장에선 이번에도 공염불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었다. 시도교육청별로 공문 없는 날, 50% 업무경감 방안, 교육청 정책사업 30% 감축 등의 방안을 내놓기도 했지만 요란한 홍보에 비해 현장의 체감도는 낮았다.(3월26일자 보도)
예정보다 한 달 더 산고를 치르고 나온 교과부안 역시 현장 교원들에게 ‘실망’을 안겨주기는 마찬가지였다. 교과부가 제시한 안은 ▲교육 및 학급운영업무는 학급 담임교사가 ▲교육지원 업무는 각 부서 또는 교육지원전담팀이 ▲일반 행정업무는 행정실이 각각 맡는 분담안을 제시했다. 특히 교육지원업무의 경우 교육지원전담팀을 구성하는 방안을 적극 독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담팀은 개별 학교의 실정에 맞게 부장교사와 교육지원 인력 등으로 구성하되, 지원인력은 교무‧전산‧과학보조 등 학교에 이미 배치돼 있는 인력을 통합 재배치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장은 학교보조 인력 재배치나 전담팀 운영으로는 “업무경감은커녕 오히려 혼란만 가중된다”고 입을 모은다. “부장 교사도 교사다. 수업 경감이 없다면 업무만 과중될 뿐”이라는 것이다. 보조인력 역시 마찬가지다. “업무를 익힐만하면 그만둬야 하는 10개월짜리 계약직으로는 아무리 매뉴얼이 있어도 매년 처음부터 가르쳐야 하지 않냐”며 “인력확충과 예산증액 없는 방안으로는 현장에서 행정업무가 줄었다는 체감은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토로했다. 교총 역시 “초‧중등에도 대학처럼 행정지원 인력이 확충돼야 한다”며 “근원적으로 업무 재배치가 아니라 추가 인력배치와 장기적으로 일 할 수 있는 적절한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문유통량을 줄이겠다는 명분으로 공문게시 기능을 활용하는 ‘편법’을 그대로 놔두고서 몇 퍼센트 감소를 선전하는 것으로는 현장의 민심(民心)을 얻을 수 없다. 교사들은 내‧외부에서 요구하는 문서기안을 위해 컴퓨터 앞에 앉는 것이 아니라, 학습지도안을 만들기 위해 컴퓨터 앞에 앉을 수 있는, 혁신적 지원책을 원하기 때문이다. 교과부와 교육청은 경북 김천의 한 부장교사의 다짐과도 같은 말을 새겨들어 정말 제대로 된 잡무경감 원년(元年)을 이룰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업무경감팀을 맡으며 받은 지원은 수업시수 4시간 감해준 것과 책임감이 전부다. 나로 인해 다른 교원들 어깨의 부담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는 소명의식으로 올 한해를 지내보려 한다. 정부가 진실로 교원의 행정업무를 줄여 줄 수 있는 계획을 세워 추진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