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공모전 수상작의 숨은 이야기
올해는 교육주간 60년을 맞아 190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교육현장의 모습을 담은 사진을 공모했다. 대한민국 교육 역사를 되돌아보고, 교육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끌어내고자 실시한 이번 공모전에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1900년대 ‘전주신흥학교 교실’ 등 장롱 속에 묻혀있던 사진들이 새롭게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사진에 담긴 추억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제60회 교육주간 사진공모전에서 김판용 전주 아중중 교감이 응모한 ‘1900년대 전주신흥학교 교실’ 사진이 금상으로 뽑혔다.
김 교감이 출품한 사진에는 우리나라에 근대교육이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은 1900년대 초 전주신흥학교 교실 모습이 생생히 나타나 있다. 판자를 연결해 만든 것처럼 보이는 칠판과 책상, 멍석으로 만든 바닥 등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스승 앞에서는 바짝 긴장된 표정으로 무릎을 꿇고 허리를 꼿꼿하게 펴서 바르게 앉아 있는 모습이 오늘날 교육현실과 잘 대비된다. 한복을 입은 학생 앞에 모자가 가지런히 놓여 있는 것으로 미뤄볼 때 당시 학생들은 한복에 모자를 쓰고 등교했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동안 100년 이상 된 학교를 돌아다니며 옛날 사진자료를 수집해 왔다는 김 교감은 “1800년대 말에 지어진 전북 최초의 초등학교는 화재로 소실돼 당시 자료를 구할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며 “이번에 출품한 사진이 학교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는 전북에서 가장 오래된 사진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이미 상당한 교육 사진자료를 수집하긴 했지만, 앞으로도 고(古) 자료를 수집해 우리나라 교육사의 중요한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은상은 윤오진 광명 광성초 교사와 이상만 전 경기 정남중 교장, 차용만 춘천 창촌중 교장에게 돌아갔다.
윤 교사는 1976년 이른 봄 화재로 학교건물이 타버려 운동장에서 콘크리트 벽을 칠판삼아 수업했던 남부고등공민학교 수업 장면을 담은 사진을 출품했다. 사진 속에 등장하는 교사는 윤 교사 본인으로 당시 이 학교에서 수학과 물상을 가르쳤다. 윤 교사는 “달동네 가난 속에서 일과 학업을 병행하며 꿋꿋이 살아가던 학생들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며 “힘들게 마련된 배움터가 한순간 화재로 소실돼 복구하기까지 많이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 전 교장이 출품한 ‘경기도 학도 애향대 모내기 일손 돕기’ 사진은 84년 6월 따가운 햇살 속에서 땀 흘려 봉사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담았다. “과거에는 학생 단체 활동이 활성화되어 있었다”는 이 전 교장은 “국가시책이 그랬기도 하지만, 교사나 학생 모두 사회에 공헌하려는 사명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요즘 학교 현장에서는 이런 사명감이 많이 약해진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1970년대 강원 양양여고 재직시절 학생들의 도시락을 검사하던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출품한 차 교장은 “70년대만 해도 쌀이 부족해 학교에서 점심시간마다 잡곡혼식을 잘 하고 있는지 검사하곤 했다”며 “그리 오래 전 일도 아닌데 요즘 학교의 모습과 비교하니 격세지감이 느껴져 출품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교사와 학생이 교실에서 함께 도시락을 먹으며 정을 쌓았던 그때가 그립다”고도 했다.
동상은 박선화 서울 신성초 교사와 이홍종 진명여고 교사, 정주현 대구 경상중 교사, 충북 영동에 거주하는 김영화 씨가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