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주간 우수 생활지도 사례 공모 수상작
한국교총이 제60회 교육주간(5월14~20일)을 맞아 3월15일~4월20일 실시한 ‘우수 생활지도 사례 공모’에는 총 40편이 응모했다. 이들 작품들을 ▲주제의 적합성(25) ▲형식(25) ▲완성도(25) ▲진실성(25)을 기준으로 심사하여 최우수상 1편과 우수상 3편, 장려상 6편을 선정했다. 사랑과 배려로 제자를 보듬는 이 시대 진정한 선생님들의 이야기 4편을 소개한다.
최우수상 ‘가자, 그 너머로’
장경숙 교장 “포기하지 말고 기다려라”
스스로 부진아 딱지를 붙인 아이들. 매사에 불만을 갖고 누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 이들에게서 희망을 찾기란 정말 어려워 보였다. 교사들조차 어떻게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가 없었다.
그러나 장경숙 제주 한림여중 교장은 이들에 대한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단 한번만이라도 관심 받는 주인공이 되어본다면 분명 변화가 있을 거라고. 그래서 이 아이들을 위한 특별 캠프를 준비했다.
처음에는 회의적이었던 아이들이 장 교장이 최대한 기다리며 설득하자 대부분 참가를 승락했다. 해변에서 신나게 뛰어놀고 싶다는 아이들의 요구에 따라 모구리야영장에 터를 잡고 “가자, 그 너머로!(Let's go there, beyond the limit!)”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내걸었다.
장 교장은 아이들이 배불리 먹고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최대한 배려했다. 상품이 욕심나서 덤비다가도 조금만 힘들어지면 금방 단념해버리는 아이들을 다루기 힘들었지만, 마음의 변화를 일으키기 위해 준비한 마지막 행사 세족식까지 참고 인솔했다.
발을 씻겨준다는 말에 아이들은 '노오!' 소리를 지르며 거부했지만, 어르고 달래 한 사람 한 사람 발을 씻기며 조용히 귓속말로 "넌 사랑받을 자격이 있어, 괜찮아, 나는 너를 사랑해"라는 말을 건네자 아이들의 목소리가 점점 부드러워졌다. 그리고 모두 선생님들의 품에 안겨 울음을 터뜨리거나 숨을 죽이고 울었다. 이마에 땀이 송송 맺힌 선생님들의 입가에는 미소가 퍼졌다. 휴일도 반납하고 힘들게 다녀온 캠핑이었지만 아이들의 행동에 즉각적인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았다. 학교에 도착하자마자 대부분 아이들이 많은 짐을 못 본채 달아나버려 장 교장이 깊은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러나 2학기가 되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쌀쌀한 표정이 바뀌고 거칠게 쏘아붙이던 말대꾸도 수그러들었다. 전처럼 수업시간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일도 몰라보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전체 분위기가 살아나 학교가 학력은 물론 각종 경연대회에서도 전례 없는 성과를 거뒀다.
장 교장은 "미담은 감추는 것이 더 가치가 있는데 이렇게 상을 받게 되니 쑥스럽다"면서 "2008년 한림여중에 처음 부임했을 당시 학생들의 생활태도가 너무 좋지 않아 어떻게든 생각에 변화를 주겠다고 시작한 것이 아이들에게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선생님들과 여러 시도를 하는 과정에서 고생스럽기도 했지만, 이제 지역주민들이 학교에 대해 좋게 평가하고 교사들을 진심으로 반겨주니 이보다 더 큰 보람이 있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장 교장은 캠핑 프로그램 외에도 '꿈과 비전을 디자인한다'는 의미의 '꿈비디' 교과를 개설, 외부강사를 초빙해 명상교육을 실시하는 등 학생 인격교육을 위한 다양한 교육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굳게 닫힌 마음 열어준 '햇살대화'=신영철 평택 안중중 교사는 인터넷 과다중독에 절도, 폭행, 방화 등으로 인해 문제 학생으로 낙인 찍혔던 한 제자가 대화를 통해 아이들의 중심에 서는 과정을 그린 '거물, 거물이 되다'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수기에는 언제나 햇살이 따사롭던 어느 봄날 시작된 사제 간의 진솔한 대화를 통해 학생이 조금씩 마음을 열고, 결국 학급 부반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되는 과정이 담겼다. 신 교사는 학교공터에서 나누었던 둘만의 시간을 '햇살대화'라고 이름 붙였다.
아이들의 사랑이 최고의 보약=이정은 청원 만수초 교사는 친구들 사이에서 따돌림 받던 다문화가정 학생이 아낌없는 배려와 사랑을 통해 학급의 분위기 메이커가 된 초년 교사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10분'으로 우수상을 받았다. 글 말미의 '아직도 새내기 교사인지라 교직에서 힘든 일도 많고 때로는 남몰래 텅 빈 교실에서 훌쩍거린 적도 많지만 아이들의 사랑이 보약인 것 같다. 오늘도 누군가가 놓고 간 교탁위의 뽑기 반지가 나에게는 다이아반지에 비할 데 없이 훨씬 값 비싸고 귀중한 보석으로 보이니 말이다'라는 부분에서 학생들에 대한 이 교사의 깊은 사랑을 엿볼 수 있다.
서로를 통해 함께 성장한 師弟=또 다른 우수상 수상자인 이재명 포항제철중 교사의 '〇〇이와 함께한 3년'은 스승과 제자가 서로를 통해 함께 성장해나가는 모습을 그렸다. 수기는 악기를 배우면 자폐증상이 나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갖고 이 교사를 찾아온 1학년 모자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처음엔 다른 학생들 방해나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고 마지못해 청을 받아들였던 이 교사는 느리기는 하지만 조금씩 트럼펫 연주를 익혀가는 〇〇의 모습을 통해 선입견을 고쳐가고, 〇〇은 교내 음악회에서 중요 트럼펫 파트를 책임지는 수준까지 성장한다. 그리고 3학년이 되어서는 이 교사와 〇〇이가 가족, 교사, 친구들을 앞에 두고 조촐한 작은음악회를 갖는다.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고2가 된 〇〇이와 아직도 방학 때마다 만나 2주간 연습을 한다는 이 교사. 〇〇의 앞날에 축복을 비는 이 교사의 마음에서 스승의 참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이 밖에 ▲권상혁 상명고 교사(제가 나중에 돈 벌면 자장면 곱빼기 사드릴게요) ▲정인덕 전북운봉중 교사(선생님! 꽃동네엔 무슨 꽃이 피나요?) ▲조현숙 대구성동초 교사(촉촉한 한 모금 물에도 활짝 피어나는 웃음꽃들) ▲박장순 일산컨벤션고 교사(꺾인 날개를 다시 펴고) ▲박영조 안동풍산중 교사(우리 학교의 스타 샛별이), 김중환 서울등마초 교사(사랑의 날개를 펼쳐라)가 장려상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