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석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신임 회장과 안양옥 한국교총회장이 대학선진화와 중등과 고등교육의 간극을 좁히는 등 서로 협력하기로 의기투합했다. 함 회장은 지난 7일 안 회장과 가진 대담에서 “국립대부터 반값 등록금을 실현할 필요가 있다. 국립대로만 범위를 좁히면 8000억 원이면 가능하지 않나. 미국의 경우도 주립대 등록금은 사립대의 1/5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당장 전체 대학이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기는 어려운 점을 감안해 적은 예산투입으로 가능한 국립대부터 단계적으로 실천해 나가자는 얘기다.
이에 안 회장이 “교총과 대응전략을 함께 짜 시민사회단체를 결집하는 등 대선후보들에게 공약화하도록 노력하자”고 제안하자 그는 “대교협도 이제 대학뿐 아니라 정부, 교원단체 등과도 원만한 소통체계를 갖춰 고등교육의 명실상부한 동반자로서 위상을 세워야 할 때”라며 “목표가 같은 만큼 한목소리를 내자”고 화답했다.
또 함 회장은 “대학의 설립 주체와 특징은 다르지만 교육·연구·봉사라는 본질적 목적은 같다는 데 대교협의 존재 의의가 있다”며 “올해 30주년을 맞은 대교협도 이제는 변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대학인증제 등 대교협 예산의 대폭 증액을 계기로 교육 당국과 일선 대학 간 소통창구 역할에 힘을 싣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안 회장은 함 회장을 한국교총 고문으로 위촉, 유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 간 연계를 위해 대교협과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함인석 “정부‧교원단체 소통체계 갖춰 대교협 발전 이끌 것”
안양옥 “인성교육이 대세…입학사정관제 등 입시전환 노력”
안양옥(이하 안)=대학구조조정, 감사원 감사, 반값 등록금, 국립대 기성회계 문제 등 현재 대학은 사회적 책무성과 경쟁력 강화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받고 있으며, 변화의 기로에 서 있지 않나. 가장 민감하고 어려운 시기에 대교협 회장을 맡으신 것 같다.
함인석(이하 함)=국내 대학이 생기고 난 뒤 가장 힘든 상황이 아닌가 싶다. 지금 대학사회에는 혁신과 개혁의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 대학들이 선진국을 못 따라가고 있어서다. 지금까지 ‘선진국 추격형’ 모델을 택해 왔다면 이제는 경제 규모에 걸맞은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할 때다. 그러나 대학들이 그 역할을 감당하지 못해 경쟁력 제고와 함께 대학 구조조정을 강하게 요구받는 것이라 생각한다. 국내 대학, 특히 국립대들의 변화가 늦은 점이 분명히 있다. 자숙과 자성이 필요하다.
안=바른 지적이다. 교총도 같은 맥락에서 지난 2월 대학회원 결집을 위해 대학교수회를 발족한 바 있다. 지금과 같은 규제 일변도의 고등교육정책으로는 세계 수준의 대학으로 환골탈태할 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교총은 네거티브적 대학 구조조정 저지, 고등교육 재정교부금법 제정을 통한 OECD 수준의 고등교육 재원 확보 노력, 대학의 성과와 책무를 고려한 다양한 재정지원방식 유도 등을 강조하고 있다.
함=같은 생각이다. 우리나라의 대학등록금, 공교육비의 민간부담비율 등은 세계 최고지만 정부의 재정 지원은 아직도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OECD 국가들이 GDP의 1.3%를 고등교육에 지원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는 0.6% 정도다. 이번 19대 국회에서 고등교육재정교부금법 등을 제정해 교육재정을 획기적으로 확충하고, 정부는 대학이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할 때라고 본다. 함께 힘을 모으자.
안=교총은 대선을 앞두고 제18대 대선 대응전략 TF단을 구성해 대선공약을 만들고 시민사회단체를 결집하는 등 대선 후보들에게 교육정책을 제안할 예정이다. 대교협과 함께하면 힘이 배가될 것으로 본다. 대학 구조조정은 어떻게 진행해야 한다고 보나. 지난해 총장직선제 폐지를 둘러싸고 많은 혼란과 내홍을 겪지 않았나.
함=대학사회와 교수들의 성향은 외부강압에 의해서나 타율적으로 바뀌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적하신 총장직선제 폐지가 좋은 예다. 직선제는 폐단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학연, 지연으로 편 가르고 4년에서 8년까지 연구·교육 내팽개치고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렇다 해도 직선제로 뽑힌 총장에게 그 제도를 당장 폐지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다.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할 시간을 줘야 한다.
안=대선을 앞두고 다시 반값 등록금 논쟁이 현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립대부터 실천하자는 제안을 하셨는데. 또 지방대학 발전방안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취임 인터뷰 이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현재 대학 구조조정이 지방대에 불리한 측면도 있지 않나.
함=국립대로만 범위를 좁히면 8000억 원이면 반값 등록금이 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주립대 등록금이 사립대의 1/4 ~ 1/5 수준이지 않나. 경제 형편이 어렵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주립대에 진학한다. 우리도 국립대 반값 등록금을 시행하면 이런 모델이 정착될 것이다. 차기 정부에 대학의 재정지원 근거를 마련하고, 재정지원 규모를 확대하는 정책을 같이 제안하자. 등록금 문제는 근본적으로 취업률이 낮은 데서 비롯되었으니 취업률을 높일 수 있는 정책도 마련해야 한다. 수도권 집중현상이 문제인 것은 맞다. 지역이 고루 발전하려면, 그 중심에 지역을 이끌어가는 대학을 키워야 한다. 대학은 국립과 사립, 지방과 서울, 대규모와 소규모, 종합대학과 특수대학 등 각기 특성과 설립 주체, 소재지, 규모가 다를 뿐 교육·연구·봉사라는 근본 목적은 같다. 그렇기 때문에 대교협에 모여 머리를 맞댈 수 있다.
안=좋은 제안이다. 목적이 같으니 같은 목소리를 내 더 힘을 실어야 한다. 지역대학이 발전해야 지역 중고교도 살아난다. 그동안 대학과 고교 간의 소통을 위한 노력은 미미했지 않나. 그런 의미에서 초·중등교육과 대학교육 간 연계와 협력을 위한 대교협의 ‘교육협력위원회’ 역할은 더 커져야 하지 않겠나.
함=대학입시제도가 개선됨에 따라 대학과 초중등교육과의 연계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교협은 대학총장, 시도교육감, 교원단체장, 초중고교 교장, 학부모 대표 등으로 구성된 교육협력위원회를 가동해 연계 방안을 모색해 왔다. 안 회장님도 협력위원으로 참여하고 계신 만큼 대학입시뿐만 아니라 다양한 측면에서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고, 중점과제와 현안과제를 동시에 다뤄 연계를 위한 구체적 전략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하는 바가 크다.
안=기대에 부응코자 노력하겠다. 2014 수능개편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고교 내신과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과 신뢰성 제고를 통한 전체 대입 구도에서 수능개선을 함께 논의하는 등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 교총의 입장이다. 특히 제도가 바뀌어도 대학의 변화가 늦거나 반대로 가는 경향이 있지 않나.
함=2014학년도 수능출제 시 A형의 경우는 문제은행식 출제체제를 강화하고, 현행 수능보다 쉽게 출제하는 것으로 안다. 수능 부담이 줄어들면 학생들은 적성과 소질에 따라 학교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고, 이러한 활동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평가해 학생을 선발하면 고교교육과 대학교육간 연계도 강화될 것으로 본다. 대학에서도 중등교육의 활성화를 늘 염두에 두고 대입전형을 진행하도록 대교협도 협력하겠다.
안=꼭 부탁드린다. 입학사정관제를 언급하셨는데, 올해 서울교대가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100% 선발하겠다고 밝히는 등 전국 교대는 자질과 인성을 갖춘 예비교원 양성을 위해 입학사정관제 전형을 늘리고 있다. 교총도 같은 입장인데.
함=대교협은 2012 입학사정관제 지원 사업에서 교육대학 지원을 신설했다. 기존 정부지원을 받아 왔던 선도대학 및 우수대학의 사범대학 인센티브 지원도 신설함으로써 예비교사의 인성적 자질을 평가할 수 있도록 했다. 2013학년도 대입전형부터는 자기소개서 공통양식에 인성평가 항목을 추가하고, 고교정보시스템 내에 인성교육 실적(란)을 추가해 각 대학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안=인성부터 갖춘 인재를 길러야 한다는 생각에 사회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본다. 교총이 인성교육실천연합(가칭)을 준비하고 있는데 회장님께서도 적극 참여해 주셨으면 한다. 학교폭력으로부터 더 이상 학생과 교사가 괴로움을 당해서는 안 된다.
함=맞다. 대학도 이제 그 역할에 나서야 한다고 본다. 교육기부운동도 초중등학교, 기업체 등에서는 성과가 나타나고 있는 반면, 대학은 미흡한 측면이 있다. 초중고교에서 진행하기 어려운 것, 후미지고 그늘진 곳을 찾는 등 현장학교와 협의하면서 대학이 나서 도와야 한다. 회장님 말씀처럼 이러한 활동이 정부 주도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자율성이 바탕되어야 할 것이다.
안=대담을 하면서 여러 차례 자율성을 강조하셨다. 그동안 대교협은 “정부에 속해 있다”는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인데, 목소리를 내겠다는 의미인가.
함=사실 정부는 일선 대학의 사정을 잘 모르는 부분이 있다. 대교협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의견 수렴을 하고 수정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분명히 목소리를 낼 것이다. 특히 올해는 대교협에 변화가 큰 해다. 대교협 예산이 기존 600억 원대에서 3400억~3500억 원까지 대폭 증액됐다. 대학인증평가와 취업 관련 내용까지 대교협이 담당하게 됐기 때문이다. 대교협이 정부사업을 많이 가져오는 것은 종속이 아니라 전문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임기 동안 대교협이 고등교육의 방향을 제시하는 데 일조할 수 있도록 힘을 쏟겠다.
안=교총에도 많은 대학 회원들이 있다. 힘을 모아 하나의 목소리를 내자고 말씀하신 것에는 이러한 점도 염두에 두신 것으로 보인다. 대학의 뜻을 모아 소통하는 것뿐만 아니라 유초중등교육과의 연계와 화합까지 생각하는 대교협의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한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회장님을 교총의 고문으로 위촉하는 것이 뜻 깊게 느껴진다. 교총도 우리나라 대학의 선진화에 일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 함인석 대교협 회장은..."지역균형발전 안되면 미래는 없다"
함 회장은 본인 앞에 따라다니는 ‘지방대’ 총장이라는 꼬리표에 대해 만날 때마다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달 18일 교과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이어 이날도 함 회장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소신을 강하게 피력했다.
그는 “수도권 집중화가 우리나라처럼 심각한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며 “지역균형발전이 안되면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지방에 일자리가 없어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고 그로 인해 기업들이 지방에 투자를 꺼리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 함 회장은 단적인 예로 부동산 가격을 들었다. 20년 전 서울에서 2억 원짜리 집을 팔고 경북대로 온 교수가 대구에서 똑같이 2억 원짜리 집을 샀는데 현재 서울 집 가격은 20억 원으로 10배 뛰었고 대구 집은 1억2000만 원으로 8000만 원 오히려 떨어졌다는 것이다.
함 회장은 “지방 국립대의 위상이 많이 하락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낀다”며 “예전에는 경북대학교가 서울대와 경쟁할 정도였는데 불과 30년 만에 위상의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 아침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2’ 자문회의에서도 나를 지방에서 오신…이라고 소개하더라”며 “서울대의 교수 충원율은 130%를 웃도는 반면 경북대는 72%에 불과해 지방 거점대 지원 금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서울대 한 곳이 더 많은 지원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함 회장은 “국공립대는 정부의 지원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과거에 비해 지방 국립대의 위상이 많이 떨어진 것은 결국 정부 지원이 적은 게 가장 큰 이유”라고 지적했다.
1951년생으로 경북대 의대를 졸업하고 부산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1984년 경북대 의대 교수로 임용된 뒤 의과대학장, 보건대학원장, 수사과학대학원장, 의학전문대학원장, 일본 도쿄대 및 미국 피츠버그대 객원교수, 대한신경외과학회 상임이사, 대한뇌신경과학회 이사, 한국보건전문대학원장협의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10년 9월 경북대 총장에 취임했으며 지난달 6일 대교협 회장에 취임했다. 임기는 2014년 4월 7일까지 2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