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중등교사 학교생활·문화 실태
교사들은 학교환경이 얼마나 달라졌다고 생각하고 있을까.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원장 김태완)이 주최한 ‘교사의 학교생활·문화 진단과 과제’ 정책토론회에서 발표된 ‘초·중등교사의 학교생활·문화 실태’(초중고 212개교 2536명 대상 우편조사)에 따르면 거의 모든 교사(93.2%)들이 학교가 크게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으며, 85%의 교사가 업무수행이 힘들다고 응답했다. 황은희 홍천중 교사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012 대한민국 교원의 학교생활’을 들여다봤다.
직급별 인식 차 드러나… 교장 학부모 영향력 증대
교감 공문처리량 증가, 교사 실적 중심 서열화 꼽아
대부분의 교원들(85.4%)이 업무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가장 어려운 업무는 학생상담·생활지도·진로지도(47.3%)로 드러났다. 두 번째는 공문서 작성 등 학교경영지원(32.2%)이었다. 두 유형의 업무가 79.5%의 교사들에게 가장 곤란한 업무였다. 뒤를 이은 수업관련 업무(5.5%), 학급경영(3.2%)과는 차이도 현격했다.
특히 중학교에서 생활지도가 어렵다고 응답한 교사가 60%에 달해 초등(43.3%)이나 고교(43.9)보다 훨씬 많았다. 그간 지적된 대로 학생인권조례 등으로 중학교 교사들의 어려워진 현실이 반영된 것이다. ‘학생인권 관련 태도변화’는 업무를 어렵게 하는 첫째 원인(15.7%)으로도 꼽혔다. 마찬가지로 중학교에서 가장 높은 응답률(17.8%)을 보였다.
‘학생인권 관련 태도변화’를 제외하면 직급별로 업무를 어렵게 하는 요인에 대한 인식차가 나타났다. 특히 교장은 학부모 영향력 증대(13.8%), 교감은 공문처리량 증가(14.1%)를 꼽은 반면, 교사들은 실적 중심 서열화(교사 13.8%, 수석교사 12.5%)를 주요인으로 꼽았다. 또 교장과 교감이 5위(6.7%)로 꼽은 교사1인당 학생 수 과다 역시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수석교사 12.2%, 교사 10.4%). 저경력(1~5년) 교사들은 16년 이상 고경력 교사들이 5위로 지목한 ‘학생 수 과다’를 가장 큰 이유로 선택하는 등 경력별 인식차도 드러났다.
교사들이 본 교사문화의 대표적 특성은 전문성과 안정성이었다. 차이라면 초등은 협력성(3위, 33.9%), 중학교는 봉사성(5위, 24.3%), 고교는 온정주의(5위 23.5%)가 부각된 점이다. 이런 차이는 교사문화 장단점 인식에서도 드러났다. 초등은 협력성(18.03%)이 최대 강점으로 지목된 반면 고교는 전문성(3.74%)을, 취약점도 초등 관행성, 중학교 헌신, 고교 온정주의를 1위로 응답해 학교급 별 인식에 차이를 보였다.
‘초·중등교사의 학교생활·문화 실태조사’의 결론은 매년 반복되는 교원업무경감이 시급하다는 것이었다. 절반에 가까운 교사가 ‘공문처리 및 행정지원(49.7%)’을 수업준비를 가장 어렵게 하는 원인이라고 답한 것에서 교과부 장관, 교육감 등 너나할 것 없이 업무경감을 약속하지만 현장 교원들은 체감하지 못함을 알 수 있었다. 업무경감은 ‘수업 지원 문화조성 과제’에서도 가장 높은 점수(4.7점)를 받았다.
교원의 과다한 업무를 해결한 해외 사례도 제시됐다. 전제상 공주교대 교수는 교직문화 개선을 위해 프랑스, 미국, 일본 등의 업무경감방안을 소개했다. 프랑스는 다양한 교육지원 인력을 학교에 배치해 교사가 수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생활지도와 행정업무 전반을 담당하는 교육행정 전담교사(conseiller principal d'éducation, CPE)를 둘뿐 아니라 보결도 전담 보조교사에게 맡기고, 특수교육이나 급식지도 등 다양한 분야의 보조원도 배치하고 있다.
우리나라 못지않게 잡무가 많은 일본의 카나가와현 하마노고초는 1인 1업무 시스템을 도입하고 과다한 위원회나 회의를 단호히 줄여 근무시간의 80%를 수업과 연수에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시(市) 자체 예산으로 강사 배치를 확대, 학급당 학생 수를 감축한 아이치현 이누야마시 교육위원회 사례도 참고할 만하다.
미국은 코치, 멘토, 리드교사 등을 지정해 신규 교사들의 학교 적응을 돕고, 교장자문기구나 지역 전문가 네트워크와의 협력을 활용해 교장의 부담을 완화하는 등 업무경감에 방점을 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