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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학교? 不通의 대표 모델

서울형 혁신학교: 구성원 간 갈등

서울에서 혁신학교는 첨예한 갑론을박이 오가는 ‘뜨거운 감자’다. 핵심공약으로 추진한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과 혁신학교 지지자들은 학생·교원·학부모·지역사회의 교육적 요구가 서로 소통하는 참여와 협력의 교육문화 공동체라며 서울형 혁신학교야 말로 ‘공교육의 대표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실제로 혁신학교를 경험한 교원들의 의견은 이들과 극렬히 엇갈린다. 일부 전교조 교사들이 주도해 학교운영의 전반을 뒤흔들고, 이에 반대하는 학교 구성원들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되거나 무력화 시키는 등 공교육 질서를 무너뜨리고 갈등이 만연한 학교라는 것이다. 본지가 서울형 혁신학교의 실체에 대한 기획 기사를 준비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혁신학교 구성원 간 갈등을 시작으로 과연 혁신학교의 본 모습은 과연 무엇인지 3회에 거쳐 집중 분석한다.

‘내가 떠나면 그뿐’ … 공격당할까 입 다문 교사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핵심공약으로 서울에서 연차적으로 확대되던 혁신학교는 교육감의 낙마와 함께 기로에 섰다. 새 수장이 된 문용린 서울시교육감은 다른 학교에 비해 1억5000여 만 원이나 더 많은 예산을 지원받으면서도 성과에 대한 논란이 분분했던 혁신학교 운영 전반을 평가하는 등 정책 재고(再考)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취재 결과 혁신학교의 실상은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교사부터 교장․교감에 이르기까지 교총이 올해 역점사업으로 찾고 있는 ‘선생님 애환’의 집합소 같았다. 연중기획 ‘생!생! 현장 애환 스토리텔링으로 풀다’의 네 번째 주제는 ‘소통’, ‘참여’, ‘협력’ 혁신학교를 상징하는 구호들이 얼마나 공허한 메아리인지를 학교 구성원들 간의 갈등을 중심으로 대화 형식으로 엮어봤다.

학생인권조례 내용 ‘넣자 빼자’ 실랑이
학생생활규정 만드는 데 한 학기 소비
정작 생활지도 적기 놓쳐 학생은 방치


# A고교 학생 생활지도를 위한 생활규정은 ‘민주적’으로 결정하느라 한 학기가 지나도록 만들어지지 못했다. 학기 내내 연속되는 회의와 조정으로 규정 없는 한 학기를 보냈고, 정작 학생 생활지도 적기도 놓쳤다. 갈등의 핵심은 전교조를 주축으로 한 교사들이 생활규정에 서울학생인권조례 내용을 그대로 넣자고 주장했기 때문. 교사-학부모 간의 감정의 골은 갈수록 깊어졌고 이 기간 동안 학생들은 방치됐다. 2학기 들어 간신히 합의해 생활규정이 생겼지만 자유롭게 한 학기를 보낸 학생들의 생활지도는 쉽지 않았다. 이마저도 수능을 앞둔 고3학생들에게는 적용할 수 없어 3학년들은 1년 동안 생활지도 없이 학교를 다녔다. ‘민주적’이지만 정작 학부모․학생의 의견은 반영되지 못했다.

“학부모도 등을 돌리다” 학교 발전을 위해서 혁신학교 지정에 적극 찬성하던 이 학교 학부모의 상당수가 반대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고? 학부모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 학기 동안 ‘학생인권조례’ 내용을 넣자고 우기는 것이 민주적인 의견 수렴이라고? 추진과정에서 시간․감정낭비는 어쩔 거고, 1년 동안 생활지도 없이 방치된 학생들의 교육권은 누가 책임질 건데? 그야말로 생활지도 없이 ‘자유롭게’ 방치된 학생들은 인권과 자유를 찾은 거네.

교사회는 '절대권력' 모든 결정권 가져
반대하면 단체협박· 회유 스트레스 커
6개월간 생리 끊긴 여교사도 … …


# B 초등교 C여교사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6개월간 생리가 끊겼다. 전교조가 중심이 된 교사회에서 모든 일을 결정하는 이 학교에서는 이에 반대하는 생각을 가진 교사는 버티기 힘들다. 교사회 결정에 협조하지 않으면 전교조 교사 여러 명이 단체로 교실로 찾아와 협박과 회유해 무력화 시킨다. 불합리한 결정에도, 학교 발전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도 정작 수평적인 관계를 강조하는 혁신학교에서는 낼 수 없다.



“정말 어떤 곳이냐 묻자 손사래만…” 실제로 혁신학교 취재를 시도한 교사부터 교장․교감들은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였어. ‘정말 어떤 곳이냐’는 기자의 질문 하나만으로도 놀라며 손사래를 쳤지. 누구 할 것 없이 힘든 것은 사실이지만 공격당할(?) 문제를 만들고 싶지 않다는 것이 거절의 이유였어. 다 포기했다며 ‘내가 학교를 떠나면 그뿐’이라고 딱 잘라 말하는 것도 공통점이지. 누구나 가고 싶은 학교, 원하는 학교를 만들었다는 자부심으로 취재를 시작하자마자 학교 자랑을 늘어놓기에 여념이 없는 다른 우수학교 교원들과는 너무 다른 모습이잖아?

승진가산점 없어 ‘일 잘하는’ 부장 떠나고
‘의욕만 넘치는’ 새 부장은 추진력 떨어져
모든 행정 업무는 고스란히 ‘교감 몫’으로


# D 중학교 교감은 부장교사들이 담당하는 행정업무를 모두 대신한다. 승진가산점이 없는 혁신학교 특성상 승진을 원하는 ‘일 잘하는’ 부장들은 혁신학교로 지정되자마자 학교를 떠났다. 교사회가 정한 부장교사들은 의욕과 열정은 넘치지만 정작 추진력과 행정업무 능력이 떨어져 아쉬운 사람이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반말, 협박, 무시, 경멸까지…
결정권은 뺏기고 책임만 강요
‘화병’나서 명퇴하는 교장들


“지원청 찾아 전근 시켜 달라 사정하기도” 결정권은 모두 뺏긴 채 책임만 강요받는 교장․교감의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했어. 그들의 억울함과 애환은 ‘화병’ 수준이었지. 교육자의 자부심으로 평생을 보낸 이들이 반말에 협박, 무시, 심한 경우 경멸까지 받은 건 정신적인 충격이 아닐 수 없어. 그래서 혁신학교 교장들의 명퇴가 줄을 잇고, 병원에 앓아눕기도 하는 거지. 전교조 교사와 학부모의 단합으로 퇴임을 강요받은 한 여교감이 참다못해 교육지원청에 찾아가 울면서 전근을 요구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야.

일반학교 교장 농담반 진담반
“혁신학교 늘어 전교조 다 모아가면 편하겠네”


문제는 곽 교육감이 워낙 의지를 가지고 추진하니 요란하게 드러나지 않았을 뿐 혁신학교의 이런 갈등들이 이미 시작 때부터 불거져 나왔다는 거지. 기존의 교육을 혁신한다는 높은 이상에 학교 발전을 꿈꾸며 신청한 한 사람은 겪어보니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학교, 온전한 성장을 꿈꾸는 학교, 함께 배우고 성장하며 신나는 학교 등 혁신학교가 추구하는 학교상은 허상이라고 하더군. 혁신학교가 아닌 일반 교장들 사이에서는 혁신학교가 늘어서 전교조 교사들을 다 모아가면 우리는 편하다고 할 정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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