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식물통해 세상을 배우죠"
의정부지역 1200여종 자료 수집
시와 연계해 매년 식물도감 발간
그는 오늘도 산에 오른다. 산을 오르지만 그의 목적지는 정상이
아니다. 줄을 지어 올라가는 사람들을 떠나 홀로 숲을 헤메고 다
닌다. 그의 관심은 온통 식물뿐이다. 이름도 알 수 없는 들꽃. 이
들을 찾아 카메라에 담다보면 한나절이 다 가버린다.
의정부여고 이명호교사(사진). 생물을 담당하는 평범한 교사에
머물지 않고 늘 우리 식물에 관심을 갖자고 주장하는 이 지역 야
생식물의 전문가다. 그가 야생식물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추적
한지는 벌써 20년이 넘었다. 전공인 식물생태학에 관한 석사 논문
을 쓰면서 본격적으로 우리 식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남들이
스쳐 지나가는 그 들풀들에 이름을 붙이고 함께 살아가는 자연을
느끼고 싶었다. 제대로된 자료를 만들어보기 위해 사진기술도 따
로 배웠다.
그동안 경기북부 지역을 비롯해 의정부 지역의 산야를 돌아다니
며 야생식물의 생태를 파악하고 본격적으로 자료를 구축하기 시작
한 지 6년째. 그 자료를 바탕으로 의정부교육청과 함께 식물도감
을 제작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의정부 지역 분포 야생식물이 약
1200여종 정도에 이르며 초본이 약 800종, 목본이 약 400종 정도
다. 이 자료들을 중심으로 99년부터는 의정부시와 연계해 매년 한
권씩 `의정부지역 분포 야생식물도감'도 펴냈다.
그리고 이번에는 사이버 상에 그 자료들을 구축한 사이버야생식
물도감(
http://www.ui4u.net/nature)을 펴냈다. 의정부 지역은 북부
지방의 식물상과 남부지방의 식물상이 합류돼 매우 다양한 종의
특성을 보여준다. 사이트에는 야생화를 중심으로 촬영한 사진과
누구나 쉽게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도 덧붙여놓고 있다.
그가 근무하는 의정부여고 교정엔 식물 표찰이 예쁘게 붙어 있
다. 모두 그가 정성들여 만든 것들이다. 130여개를 만들었는데 학
생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섭섭한 마음이기도 하다. 수업시간
에 자신이 만든 도감을 이용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입시관
련 과목이 아니다보니 폭넓은 소개가 되지 못하는 아쉬움도 있다.
이 교사는 "힘들게 모은 자료들은 그대로 아이들에게 생생한 교
재가 된다"며 "앞으로도 이 일을 계속해 10년후 쯤에 제대로 된
도감하나 펼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형준 limhj1@kft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