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국시대 위나라 신하 경영이 위왕과 함께 활쏘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때 동쪽에서 기러기 한 마리가 구슬픈 울음을 울며 느리게 날아왔다.
경영이 위왕에게 제안을 했다.
“제가 화살을 헛방으로 쏘아 저 기러기를 떨어뜨려 보겠습니다.”
“헛방을 쏘아 떨어뜨리다니 희한한 기술도 다 있군.”
경영은 기러기가 날아가고 있는 근방에다 되는대로 화살을 쏘아 버렸다. 기러기는 잠시 위쪽으로 차고 올라가더니 곤두박질치며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이럴 수가! 화살이 빗나갔는데도 기러기가 어떻게 떨어진단 말이오?”
경영이 차분하게 대답했다.
“저는 기러기가 날아올 때 그 울음소리를 주의 깊게 들었습니다. 처량한 울음을 우는 것은 기러기가 무리로부터 떨어져 혼자 된 지 오래되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느리게 난다는 것은 몸에 상처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 기러기는 외롭게 떨어져 상처 난 몸으로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기러기는 화살이 날아오는 소리만 듣고도 깜짝 놀라 위로 솟구치다가 몸의 상처가 파열되어 그만 떨어지고 만 것입니다.”
이러한 경영의 비법을 허발법(虛發法)이라고 한다. 상황 판단만 잘 하면 화살을 쏘는 흉내만 내어도 상대를 쓰러뜨릴 수 있는 비법인 셈이다. 허발법은 정적들 간의 경쟁이나 나라들 간의 외교에도 종종 응용되고 있다.
교육 분야에서도 은근히 왕따를 당하고 마음에 열등감과 상처가 있는 학생은 선생의 사소한 말 한 마디에도 크게 영향을 받기 마련이다. 무심결에 던진 부정적인 몇 마디 말이 학생의 가능성을 영영 꺾어버릴 수도 있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이런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는 예화가 있다.
어느 유치원 학부모 모임에서 선생님이 한 아이의 어머니에게 말했다.
“아드님은 주의가 산만해서 단 5분도 제자리에 앉아 있지 못합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어머니가 아이에게 말했다.
“의자에 3분도 못 앉아 있던 네가 이제는 5분이나 앉아 있는다고 선생님이 칭찬해주셨어.”
그날 아이는 평소와 다르게 식탁에서 투정도 하지 않고 차분히 밥공기를 비웠다.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도 학부모 모임에서 선생님은 아이의 성적에 대해 부정적으로 이야기했지만 어머니는 교사의 말과는 반대로 아이에게 이야기해주었다. 중고등학교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이는 점점 성적이 좋아져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게 되었다.
선생님은 수치로 계산된 성적을 기초로 사무적인 말 몇 마디를 던졌지만, 어머니는 아이가 성적 문제로 안 그래도 주눅이 들어 있는데 선생님의 말을 그대로 전하면 더욱 좌절하여 공부를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허발법이 경쟁 상대를 물리치는 처세술로는 유용할지 모르나 상처 많은 아이들에게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으므로 상대 학생에 따라서는 무심결에 던지는 말 한 마디까지도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