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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학생의 마음을 사보세요

두 달 전부터 건강도 챙기고 스트레스도 풀 겸해서 동네 배드민턴 클럽에서 배드민턴을 배우고 있다. 평소에 가볍게 배드민턴을 많이 쳐보기도 했고 언뜻 보기에도 비교적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과는 달리 정말 체력 소모가 많고 자세부터 시작해 기초적인 것부터 차근차근 배워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았다.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시작한 아내는 레슨을 받는데 있어서 나보다도 훨씬 적극적이었다. 꼬박꼬박 퇴근 후 레슨을 받는 것이 스트레스로 다가와서 “오늘 딱 하루만 쉬면 안 될까?”하고 엄살을 부릴라치면 “무슨 남자가 그렇게 끈기가 없어요? 당신 그러고도 아이들이나 학생들에게 체면이 설 것 같아요?” 하면서 윽박을 질렀다. 이해해주지 않는 아내가 그렇게도 미울 수가 없었다.

아내의 말을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가 좀 철이 없고 끈기가 없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애초부터 몸치에다가 어려서부터 운동신경이 없다는 말을 하도 많이 들어서 배드민턴을 배우는 것은 참으로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지만 고액의 라켓 값에 신발, 운동복 그리고 입회비에 레슨비까지 아내 몫까지 포함하면 이미 상당한 액수를 지불한터라 이제는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에라 모르겠다. 아내는 이제 레슨에 재미도 느끼고 있고 이대로 쭉 열심히 하면 분명히 다이어트에도 성공할 수 있을테니까 그때 나는 슬쩍 빠져야지’
‘아냐, 무슨 남자가 그리 인내심이 없단 말이냐? 네가 그러고도 교사라고 할 수 있단 말이냐?’
내 마음속에 천사와 악마가 계속 씨름하고 있었다.

마침 오늘은 국회에서 토론회가 있어 좀 늦게 귀가를 하게 됐다.
“여보, 먼저 가. 나는 좀 소화되면 이따 갈게. 밥 먹고 바로 운동하면 몸에 안 좋다네”
온갖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면서 아내를 먼저 보냈다. 모처럼의 여유로운 저녁시간이었다.

어느 새 레슨이 끝났는지 아내가 돌아와 말했다.
“당신 때문에 나 창피해죽겠어. 배드민턴 강사님이 오늘 왜 아저씨는 안 나오느냐고 하잖아. 좀 실망스러운 표정도 지었어.”

그러면서 “당신, 요즘 도덕 수업 시간에 말 안 듣는 학생 때문에 힘들다고 했지? 학생의 마음을 사 봐. 코치님이 뭐라고 하시겠어. 그렇게 무성의하게 레슨을 받으니……”라며 나를 초등학생 나무라듯이 혼냈다. 학생의 마음을 사야할 이유를 들어가며 하나하나 설명을 했다.

‘아니 뭐, 이런 여편네가 다 있어. 선생 되더니 이젠 남편을 가르치려고 하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자 얼른 배드민턴 가방을 들춰 메고 집을 나섰다.

‘학생의 마음을 사라고?’
배드민턴장을 향해 가는 동안 아내가 말한 한 학기 내 내 속을 썩인 학생의 모습을 떠올려보았다. 수업 시간에 책을 준비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손 머리 자세를 하라고 하면 학생 인권 침해 운운하며 하지 않았다. 또 체육 시간에 배구의 기본 동작을 설명하기 위해 앉으라면 앉지도 않는 등 이만저만 내 속을 썩인 게 아니었다. 여러 번 말로 훈계를 했지만 행동수정이 이뤄지지 않아서 담임교사에게 수없이 이야기도 해보았지만 변화는 없었다.

유독 그 학생이 있는 반만 들어가면 수업이 부담스럽고 힘이 빠지며 교사로서의 권위가 실종된 것 같아 너무 안타깝고 때로는 짜증이 났다. 이제는 담임선생님께 이야기하는 것도 미안하고 정말 옛날 생각하면 한 번 쥐어박고 싶을 때도 있지만 학생인권조례 제정과 사회적인 분위기가 이제는 일체의 체벌을 할 수 없기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현실이 너무 답답했다.

‘나의 리더십의 부재일까? 교수법이 잘못 됐나? 학생의 마음을 진정으로 사지 못했나?’
별생각이 다 들었는데 오늘 아내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내가 진정으로 그 아이에게 다가서지 않고 마음을 주지 않아서 학생에게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던 것임을 알게 됐다. 그리고 결심했다. ‘그래, 앞으로는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그 아이의 입장에서 한 번만이라도 생각해보자. 그리고 그 아이에게 바람직한 변화가 일어나도록 상냥한 말과 긍정적인 피드백을 끊임없이 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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