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수 감소에도 불구하고 31명 이상 과밀학급에서 공부하는 공립 초‧중‧일반(계)고 학생만도 300만 명을 넘어 학생들의 학습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선 교원들은 “개별지도가 사실상 불가능해 박근혜 정부의 ‘꿈과 끼를 살리는 교육’은 요원한 형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교육부의 2012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31명 이상 과밀학급 수가 초등교 1만7064개, 중학교 4만4730개, 일반(계)고 3만2907개 등 9만4701개에 이른다. 학급당 인원을 33명으로만 잡아도 312만 5133명의 학생이 31명 이상 과밀학급에서 공부하는 셈이다. 특히, 중‧일반(계)고는 31명 이상 학급이 전체 9만8452학급 중 7만7637개로 무려 80%나 된다. 또한 교육부 내부자료에 따르면 공립 중‧고교의 경우, 학급당 36명이 넘는 과밀학급도 전체 학급의 30% 수준이다. 공립 중등 학급이 7만6637개라는 점에서 2만2991개 학급이 해당되고, 학급당 평균 인원을 37명만 잡아도 85만 명의 중‧고생이 ‘콩나물교실’을 감내하는 형편이다.
사물함이 들어와 더 좁아진 교실에 덩치 큰 학생들이 몰려있다보니 쾌적한 교실환경은커녕 학습‧생활지도에도 지장이 이만저만 아니다. 대전 A초 교사는 “수업을 보통 ‘상의 하’에 놓고 하니까 개별 지도가 꼭 필요한데 과밀학급이라 거의 불가능하다”며 “결국 학력이 아주 높거나 낮은 어린이는 그냥 지나치게 된다”고 말했다. 경기 B고 교감은 “학기초 주요 담임업무는 상담인데 한반에 보통 39명까지 있다보니 1회 상담만도 오래 걸리고 시간도 충분하지 않다”며 “학생수가 많을수록 담임과의 대면시간은 그만큼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교원들은 ‘경험상’ 학급당 25명 이내가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최근 2년간 35명 학급과 24명 학급을 번갈아 맡아봤다는 경기 C초 교사는 “35명 학급에서는 종일 눈 한번 맞추지 못한 학생이 있을 정도로 생활, 학습지도에 문제가 많았는데 24명 학급은 분단 하나가 없어져 교실환경 차이가 현격했다”며 “글을 읽혀도 한 바퀴를 돌고, 수학 문제 해결과 과제 점검도 일일이 해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충남 D중 교사는 “실업고 근무 시, 16명의 학생을 데리고 분반 실습수업을 했었는데 모두에게 시선도 주고 개별지도도 가능했다”고 전했다. 전북 E초 교사는 “수업을 해보면 알겠지만 과밀학급은 집중도 힘들고 일제식 수업만 하게 된다”며 “토론수업, 창의수업을 위해서는 15~20명 이내가 되도록 교원을 증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원’ 규모를 막바지 논의 중인 안행부, 기재부는 이달 말 정부안을 확정해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교총은 12일 국회 기재위원 전원을 방문해 교원증원을 위한 협조를 강력히 요청했다. 교총은 “박근혜 대통령은 ‘교사가 담당하는 학생 수가 많으면 한명 한명 꿈과 끼에 맞는 교육이 어렵다’ ‘학생 수 감소 추세를 감안하더라도 당장 교육여건을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며 “최소 300만 학생들의 학습권 보장을 위해 획기적인 교원 증원이 절실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