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학년도 입시에서 첫 ‘한국사 수능’을 치르는 현재 중3 학생들도 고교 과정 중 한국사 이수는 1학년 때 몰아 배우는 관행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일선 교사들은 “계획대로 특정 학년에만 공부하고 책을 덮는 식이라면 역사교육 강화는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이 최근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2014년 서울 공립일반고(자공고 포함) 신입생 한국사 이수 계획’에 따르면 전체 93개 학교 중 80개 학교가 한국사를 1학년 때만 배우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학교의 86%에 해당한다. 여기에 2학년 때만 배우는 5개 학교, 3학년 때만 배우는 2개 학교를 포함하면 한국사를 한 학년에 ‘집중 이수’하는 학교 비율은 전체의 93.5%에 달한다.
1‧3학년 때 나눠 배우는 학교는 5개교, 2‧3학년 때 배우는 학교는 겨우 1개교에 그쳤다.
이는 ‘수능과 무관한’ 현재 고1 학생들의 한국사 이수현황과 비교할 때, 크게 차이가 없다. 현재 고1 학생들의 경우, 93개 학교 중 89개 학교(95.7%)가 1학년 때만 한국사를 배우고, 2학년 때 이수 학교는 3개교, 3학년 이수는 1개교다. 겨우 10개교 정도만 2개 학년에 걸쳐 이수하는 변화를 준 셈이다.
원인은 집중이수제 제한과 교사 수급문제다. 내년 신입생도 1학년때 6단위를 이수하기로 했다는 서울 A고 역사교사는 “한 학기 8개 과목만 배워야 하는 집중이수제 제한이 풀리지 않는 한 6단위 정도의 과목을 여러 학년에 나눠 이수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내부회의에서 토론을 벌였지만 대안이 없었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1학년 때만 배우는 B고 역사교사도 “여러 학년에 걸쳐 이수하려면 그만큼 타 교과 수업의 학년 조정이 필요하고, 또 시수를 늘리려면 타 교과 수업을 줄이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역사교육 강화는 무색해진 상황이다. 더욱이 한국사를 1학년 때만 배우게 될 내년 신입생들은 2학년 이후, 자력으로 수능한국사를 준비해야 한다.
이와 달리 발 빠르게 대응한 학교들도 있다.
서울 신목고는 1학년 5단위였던 한국사를 1‧3학년 각 4단위씩 총 8단위로 늘렸다. 93개 고교 중 8단위 이수 학교는 신목고 등 5개교다.
인천 초원고도 1학년 6단위에서 내년에는 1‧3학년 각각 4단위씩 8단위로 바꿨고, 원주 상지여고도 현재 1학년 6단위에서 내년 신입생은 1‧3학년 각각 4단위로 늘리는 등 일부 지방 고교도 수능 필수화에 적극 대응하는 추세다.
하지만 대다수 고교가 1학년 집중이수에 머물면서 한국사 수능필수화의 취지는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C고 역사교사는 “수능 필수화가 다가 아니다. 역사교육을 강화하려면 시수를 더 늘리고 2개 학년 이상에서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 D고 역사교사는 “체육을 6개 학기에 배우도록 한 것처럼 한국사도 4개 학기 이상에서 배우도록 하고 수업을 내실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교총은 “학생들의 올바른 국가관, 세계관, 통찰력 형성을 위해 한국사 교육을 강화하고 이를 계기로 주지교과 중심의 학교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한국사를 집중이수제에서 제외시켜 1~3학년에 걸쳐 수업시수를 균형 있게 배분하고 단계적이고 충실하게 교육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