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사정을 조금이라도 알고 있다면 여러 변수로 인해 수업 시간이 수시로 바뀌게 된다는 것쯤은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해진 날, 정해진 시간에만 수업을 해야 하는 강사의 경우 시간표를 바꾸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 이로 인해 출강하는 날 외에 급히 전달할 일이 있거나 협조를 받을 일이 있을 때 매우 난감하다. 결국 업무처리 지연으로 이어지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들 강사와 정부에서 도입하고자 하는 시간 선택제 교사의 차이점이 무엇일까. 도리어 시간선택제 교사의 문제가 더 크다. 말로는 생활지도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생활지도가 쉽게 이루어질 수 없다. 매일 출근하는 교사도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주 2, 3일 근무로 생활지도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학부모와의 상담이 필요하거나 민원이라도 발생하게 되면 해결이 어렵다.
수련활동이나 각종 행사에서도 시간선택 교사를 활용하기 어렵다. 정작 학교에서 필요한 시기에 업무 공백이 생길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들은 정규교사와 똑같은 교사라고 한다. 다만 보수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당연히 교무조직의 업무분장에도 들어가야 한다. 자신이 맡은 일을 2, 3일 만에 처리하기 어렵기도 하지만 수시로 발생되는 관련 업무는 담당교사 없이 떠돌아다니게 될 것이다. 결국 시간선택 교사가 출근하지 않는 날 이뤄지는 학교교육활동은 모조리 정규교사들이 책임져야 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이들이 향후 승진 등을 한다고 할 때 경력 계산은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주 2, 3일을 근무 했는데 그 자체를 100% 경력으로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근무일수에 따라 경력을 산정할 것인가. 정규교사라고는 하지만 근무일수가 다른데 어떻게 이들이 매일 근무한 교사와 같아질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생긴다. 또 다른 갈등의 소지도 충분하다.
그럼에도 시간선택 교사제를 강행하겠다는 것은 학교를 무시하고 교육을 외면하는 것이다. 시간선택 교사제도의 도입은 시기상조 문제가 아니다. 절대로 도입돼서는 안 되는 제도다. 학교교육력을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학교교육의 경쟁력 저하는 곧 국가경쟁력 저하와 직결된다. 부적절한 제도 도입으로 학교교육의 파행을 불러 와서는 곤란하다. 시간선택 교사제도가 도입돼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