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교육부가 지난해부터 전면 실시한 4.5일 수업제와 저조한 PISA 성적 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정작 세심한 관심과 많은 도움이 필요한 장애학생들이 취약한 지원에도 불구하고 외면받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2005년 개정된 ‘장애인의 기회·권리·참여·시민권 평등법’은 ‘모든 장애학생들의 기본 교과과정, 교외 활동, 방과 후 활동 등에 대한 권리를 보장한다’고 장애학생을 위한 교육지원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법 개정 10년을 앞둔 지금도 법 정신이 실현되고 있지 않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 조사한 통계에 따르면 장애학생 가정 1146가구 중 65%는 ‘장애학생이 취미, 운동, 문화 등 방과 후 활동에 전혀 참여할 수 없었다’고 응답했다. 50%의 학생들은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해 지난해 마련된 동반자프로그램((AVS: L'Auxiliaire de Vie Scolaire)이나 학교급식 지원도 이용할 수 없었다고 했다.
2012년에는 장애학생도 일반교육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고자 하는 캠페인이 공감대를 얻으면서 이 캠페인의 성과를 바탕으로 지난해에는 장애학생 가정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도 했다.
의견수렴 결과에 따르면 ‘교과과정 이외의 방과 후 활동’에 대한 지원이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동반자 부재(78%), 장애학생 지도체계 부족(74%), 장애학생을 고려하지 않은 활동(71%), 이동수단(57%), 진입 불가능한 건물구조(55%) 등이 나왔다.
이런 상황은 장애학생을 가진 가정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69% 이상의 가정에서 자녀를 지원하기 위해 부모가 직장생활을 할 수 없게 돼 경제적인 문제로 연결되는 악순환까지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에 대해 프랑스 교육부와 지방 교육청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 교육부 입장에서는 정책을 마련해도 지방교육청의 구체적인 정책 추진과 전문인력 채용이 따르지 않으면 영향력을 미치기 힘들다는 것이 이유다.
반면, 지방정부는 시의 재정부족과 인력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교육부의 4.5일 수업제와 그에 따르는 방과 후 활동이 부담을 준다는 입장이다.
에손느(Essonne) 지방의 장브리시(Janvry) 시장인 크리스티앙 쇼에트(Christian Schoettl)는 주4.5일 수업제 시행에 대해 “두 명의 자폐아가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그 중 한 명만 원만한 학교생활을 위한 동반자프로그램을 지원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의 구체적인 지원 없이는 장애학생의 방과 후 교외 활동을 위한 전문보조교사를 추가 고용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고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학교의 재정과 전문보조교사 인력 부족이 문제가 돼 학교교육정책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지 전문가들은 “장애학생 정책은 장애학생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일반학생을 위한 교육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며 “장애학생 가정의 인권과 경제적인 환경개선 등에 대한 세심한 배려는 사회가 올바르게 성숙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치이기도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사회적 요구에 따라 각 지방정부는 새 학기가 시작되는 9월부터 특수교육 지원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기존의 고정관념에 머문 교육정책을 탈피해 장애학생들의 필요를 감안한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지원책이 나올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