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성향과는 크게 다른 2기 직선교육감 시대가 출범하면서 교육현장의 격변을 예고하고 있다. 소위 좌파, 친전교조 교육감이 13명이나 당선되면서 벌써부터 혁신학교 확대, 자사고 폐지를 둘러싼 혼란과 충돌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교육감이 바뀌면 으레 공약실현을 위해 각종 시범‧선도‧거점‧모델학교 등이 뜨고 짐에 따라 학교현장은 일대 실험장화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일선 교원, 학생, 학부모의 이목이 가장 집중된 지점은 현재 579개인 혁신학교와 49개인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의 운명이다. 혁신학교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당선자가 현재 67개에서 200개까지 늘리겠다고 했고,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당선자는 혁신학교 의지가 있는 1300~1400개 초중고를 혁신학교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인천도 40개, 충남도 100개 혁신학교를 운영하겠다고 했다. 나머지 시도까지 공약이 실현되면 혁신학교는 1000개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한 개 혁신학교 당 연간 5000만원~1억억 5천만원의 예산이 지원되고 평균 7800여만원(2003년 기준) 꼴이니까 1000개교가 늘면 예산도 780억원 더 필요하다.
반면 올해 성과평가가 진행되는 자사고는 전국 49개교 가운데 25개교다. 특히 좌파교육감 지역 21개 자사고는 평가를 둘러싼 진통이 예상된다. 현재 좌파교육감들은 자사고가 일반고에 미치는 환경평가 항목도 핵심지표로 넣자는 주장이고, 교육청 재량평가가 100점 만점에 15점을 차지해 영향력도 크다.
지정취소 시, 수험생 학부모, 학생의 반발이 불가피하고 장관과의 협의과정이 난항을 겪으면 입시일정 파행으로 인한 학교의 극심한 혼란을 면키 어렵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는 “이전 교육감이 혁신학교를 평가해 재지정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하더니 새 교육감은 혁신학교 평가는 언급 없이 자사고만 평가해 폐지하겠다며 180도 바뀌었다”며 “이런 식의 진영 싸움은 학교와 학생에게만 피해를 입힌다”고 지적했다. 경기의 고교 교사는 “혁신학교 만족도가 높다고 얘기하지만 수천만원씩의 간식비, 교원복지비, 체험활동비라면 일반학교도 얼마든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며 “예산을 미끼로 지정학교를 확대하고 일반학교를 소외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전교조 경기지부도 최근 “혁신학교가 본질적인 충실함보다는 양적인 확대에 비중을 둔 보여주기식 학교로 전락한 문제가 있다”는 입장을 냈다.
13명의 좌파교육감들은 고교 체제를 넘어 대학평준화까지 들고 나왔다. 공동공약에서 “서울대를 포함한 국공립대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해 대학 서열체제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위상이 강화되는 시도교육감협의회를 통해 국회, 교육부, 대교협을 상대로 한목소리를 내면 대입 논쟁까지 점화될 수 있다.
고1 자녀를 둔 학부모 정의순(44‧가명) 씨는 “입시지옥을 해소해야 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해서 제도를 갑자기 뒤엎는다면 그 부담은 학생, 학부모 몫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교육감의 교체로 공약이행, 이념에 따라 뜨고 지는 각종 연구시범학교로 인해 학교는 또 한번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교육부에 따르면 각종 거점‧선도‧모델학교 등을 망라한 연구시범학교는 현재 교육부 요청 지정 1119교, 타 부처 요청 지정 231교, 시도교육청 자체 지정 764교로 총 2114개 학교에 달한다. 전체 학교의 20%에 육박한다.
이중 교육청 지정 연구시범학교로는 서울의 중1 집중학년제 시범학교, 대구의 글로벌 창의모델학교, 경남의 자율형공립고 연구학교 등이 있다. 이들 연구시범학교는 적게는 연 1000만원에서 많게는 2억 여원까지 예산 지원을 받고 있다.
문제는 이들 연구시범학교가 학교의 교육역량 강화가 아닌 교육정책 홍보, 예산 따오기, 승진점수 쌓기 수단으로 전락해 교육 본질마저 왜곡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경북의 한 중학교사는 “인사, 재정권을 쥔 교육감 눈치를 보거나 줄이 있는 학교들이 시범운영을 하면서 교육감의 정책홍보물을 만들고 있다”며 “하나같이 보고서들은 우수한 결과를 도출해내고 문제점은 다루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도 “체육시범학교로 예산을 받아 강사료, 회식비, 자재구입비 등에 사용했지만 얻은 것은 없고 끝나면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뿐”이라고 말했다.
일부 좌파교육감들이 연구시범학교 축소 의지를 밝혔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경기도의 한 초등교장은 “그 예산을 줄여 혁신학교를 늘리겠다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는 “학교는 실험장이 아니다. 예산 주고 학교만 지정하면 교육이 살아날 거란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다수인 일반학교가 특색운영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 자율성을 강화하고 이를 뒷받침할 지원을 고루 제공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