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수급개시 연령 연장 100년만의 파업…곳곳 휴교 2015년 총선 결과 변수될 듯
더 내고 늦게 받는 유럽식 연금 개혁을 높게 평가한 청와대와는 달리 유럽 현지 공무원들은 자국의 연금 개혁안을 ‘개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영국은 연금 개악에 반발한 교원단체들의 계속된 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경이다.
영국 정부는 2011년 긴축재정의 일환으로 공무원연금의 기여금 납입액을 높이고 수급 시기는 늦추는 연금 개악을 추진했다. 이에 교원단체들이 일제히 파업을 했다. 공무원노조원까지 포함해 수백만 명이 당시 파업투쟁에 참여했다.
보수 성향의 교사·강사연합(Association of Teachers and Lecturers, ATL)이 127년 만에, 전국교장협의회(National Association of Head Teachers, NAHT)는 114년 만에 첫 파업을 결의했다. 그만큼 ‘더 내고 늦게 받는’ 개혁안이 교육계의 반발을 샀다는 것이다. 이후 교원단체들은 수차례 파업을 거듭하며 연금 수급시기와 지급률 개선을 요구해왔다.
지난 해 10월에는 영국 양대 교원단체인 전국교원조합(National Union of Teachers, NUT)과 전국교원연합·여교사연맹(National Association of Schoolmasters Union of Women Teachers, NASUWT)이 연대파업에 들어갔고, 영국 정부가 대화에 나섰다.
이후 NASUWT는 정부와 대화에 진전이 있었다고 판단하고 쟁의를 유보했지만 최대 교원단체인 NUT는 올해 다시 두 차례 파업에 들어갔고, 내년 총선을 앞두고 파업을 이어갈지 고심하고 있다.
NUT가 3월 26일 실시한 전국단위 일일파업으로 잉글랜드와 웨일즈에서 3217개교가 전면 휴업에 들어갔다. 파업에 나선 교사들은 연금 수급 연령 환원과 지급률 개선 등을 요구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파업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은 런던 북부의 엔필드에서는 7개교만 정상수업을 했다. 전면휴업 37개교, 부분휴업 27개교에 달했다. 부분휴업을 시행한 학교는 저학년생은 집으로 돌려보내고, 고학년생과 시험을 치러야 하는 학생 중심으로 수업을 운영했다.
런던 중동부의 뉴엄과 남부의 램버스도 상황은 비슷했다. 뉴엄에서는 33개교가 전면휴업, 45개교가 부분휴업해 11개교만 정상 운영됐다. 램버스는 24개교가 전면휴업, 26개교가 부분휴업을 해 12개교가 정상수업을 했다.
다른 대도시 상황도 심각했다. 맨체스터에서는 39개교만 정상 운영됐다. 전면휴업이 73개교, 부분 휴업이 55개교였다. 리버풀에서도 46개교 전면휴업, 64개교가 부분휴업을 했다. 전학년 정상수업이 가능했던 학교는 14개교뿐이었다.
NUT는 7월 10일에 재차 일일파업을 단행했다. 영국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파업으로 21%의 학교가 휴업을 했다. 5000개교가 넘는 숫자다. 런던에서는 600여개 학교가 부분휴업이나 전면 휴업에 들어갔고, 맨체스터나 리버풀에서도 3분의 2가 휴업을 했다.
교육부 대변인은 애써 “2011년 파업 때 60%의 학교가 휴업을 한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숫자”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한 개 교원단체의 파업치고는 많은 교원이 동참했다. 타 공무원노조와 같은 날 치러진 파업에 동참한 총 인원은 약 100만 명에 달했다.
7월 파업의 요구사항도 3월 파업과 같았다. 3대 요구사항은 연금 수급 연령 환원 및 지급률 개선, 성과급 개선, 업무 경감이었다.
파업에 동참한 교사들은 “연금을 적당한 연령에 받을 수 있는 것은 우리의 당연한 권리”라며 “예를 들어 중등 체육교사가 68세까지 일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연금 수급 연령 환원 등을 둘러싼 파업은 내년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NUT의 연이은 파업에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는 노조 파업에 제약을 두는 법 개정을 보수당 선거에 포함시키겠다고 발언했다. NUT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이는 매니페스토 캠페인에서 연금 수급 연령 환원을 의제로 내세울 것을 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