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니아 토마 켄터키대 교수
자사고
“설문보다는 충원율이 만족도 잘 보여줘
비싼 학비 내는 것 자체가 만족의 증거”
혁신학교
“혁신 중요, 성취도만 부각해선 안 돼…
그래도 예산 받으면 교육성과 보여줘야”6·4 지방선거에서 소위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면서 이들의 자사고 평가가 연일 논란이 되고 있다. 교육감이 바뀌면서 지난해 이어졌던 서울시교육청의 혁신학교 평가의 2라운드가 시작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평가 지표를 바꿔가면서 세 번째 평가를 시행했지만 논란만 키운 채 교육부와의 법정공방을 준비하고 있다. 재지정 취소 대상 자사고들은 이미 신입생 모집에 큰 혼란을 겪고 있고, 나머지 자사고들도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정치권까지 나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연일 도마에 올랐다. 여당은 의도적인 평가지표 배점 변경과 평가지표 개발위원회 구성의 편향성을 지적했다. 지역·남녀·종교 안배까지 해서 재지정 학교를 정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야당은 자사고를 특권학교로 지목하면서 일반고 몰락의 주범으로 지목했다.
정치의제가 돼버린 자사고 평가에 대한 중립적 목소리는 들리지 않게 됐다. 이 때문에 본지는 교육부의 대안교육 국제포럼 참석차 내한한 미국 차터스쿨 평가 전문가인 유지니아 토마(
사진) 켄터키대 공공정책학과 교수에게 자사고와 혁신학교를 아우르는 자율학교 평가의 방향을 물었다.
차터스쿨은 지방정부나 공공단체와 예산지원 협약을 체결하고, 교육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조건으로 자율성을 부여받는 학교다. 설립형태를 감안하면 미국식 자율형 공립학교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자율성의 범위는 우리의 대안학교 수준이다.
토마 교수는 차터스쿨을 포함한 자율학교평가의 중요한 요소로 학부모의 만족도, 혁신적인 교육, 교육성과 등을 제시했다. 그 중에서도 자사고 평가에서 배점이 줄어든 ‘학부모 만족도’를 강조했다. 그는 “학부모들이 자녀가 다니는 학교를 믿고 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만족도 측정의 방법에 대해선 “직접적인 설문조사보다는 만족도를 드러낼 수 있는 행동을 관찰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대안은 학생 충원율이었다. 그는 “단순히 좋아한다거나 싫어한다는 것보다는 학생과 학부모가 선택해서 왔다면 그만큼 이 학교에 다니길 원했다는 사실을 믿어야 한다”고 했다. 부모들이 많이 보내기 원한다는 사실이 학교의 명성 뿐 아니라 만족도의 척도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자율학교 평가에서 만족도만을 강조할 수는 없다는 것이 그의 입장이다. 혁신학교와 같이 공적인 재정이 들어가는 경우에는 학부모 만족도와 재정 지원 주체의 요구사항 간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의 연방정부나 지방정부가 들이대는 기준은 혁신학교 문제를 말할 때마다 언급되는 학업성취도다. 토마 교수는 이런 학업성취도 일변도의 평가에 대해서는 “정부가 가장 효율적으로 계량화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그는 시험점수보다는 혁신적인 교육을 더 중요한 지표로 봤다. 혁신적인 교육을 어떻게 평할지에 대해서는 “정량적 평가는 어렵지만 얼마나 특색 있는 교육을 운영하는지 볼 수 있다”며 “수학교육에 특화된 학교가 있을 수 있고, 사회봉사에 중점을 둘 수도 있다”고 했다.
그러나 혁신만 있다면 학업성취는 부차적 문제라는 입장은 아니었다. 그는 “시험점수가 전혀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고 유일한 요소가 돼서는 안 된다는 뜻”이라며 “점수에 너무들 관심이 많은데 교육성과는 졸업률이나 취업·진학률 등 이후의 성공적인 삶까지 포함해 평가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정 지원 주체에 따라 만족도나 학업성취 등의 비중이 달라져야 한다면 결국 자사고가 혁신학교보다 학부모 만족도를 더 중요시해야 할까. 토마 교수는 “정부가 지원하는 학교와 학비를 받아 운영되는 학교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학비를 더 낸다는 사실 자체가 이 학교들이 정부에서 지원하는 학교보다 만족감을 더 준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답을 내놓았다.
인터뷰를 마치면서 토마 교수는 계속된 인터뷰 과정 내내 이해하기 힘들어했던 의문 하나를 꺼냈다.
“자사고가 지방정부의 예산을 지원받는 게 아니라면 도대체 왜 평가 논란이 생긴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