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00개교 확대, 교당 6500만원 지원 회계부정 학교도 자체평가만으로 재지정 교육감 임의 지정 방침 포함해 확대 강행 교총 “귀족학교 확대중단, 일반고 살려야”
서울시교육청이 내년까지 혁신학교를 100개교로 확대하기 위한 공모 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에는 거액의 예산 지원, 편법 재공모와 공모하지 않은 학교의 임의지정 방침 등이 담겨 교육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달 27일 55개교 내외의 서울형 혁신학교 공모를 골자로 하는 ‘2015학년도 서울형 혁신학교 공모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공모로 지정되는 학교를 포함하면 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혁신학교는 조희연 교육감의 공약대로 100개교가 된다.
문제는 현재 시교육청이 예산 부족으로 중등교원연구비 미지급, 9월 고교 학력평가 미실시 등의 문제가 이어지고 있고 내년에는 누리과정 예산 편성도 거부한 상태에서 혁신학교 확대에는 수십억 원을 투입한다는 것이다.
교당 평균 지원 예산은 6500만 원(재지정교 4500만 원)이다. 학교운영비가 삭감된 일반학교 현장에서는 “자사고보다 혁신학교가 특권학교”라는 비판이 나온다. 혁신학교가 교육감 지정 자율학교임에도 불구하고 자공고, 자사고가 아니라는 이유로 일반고 살리기 지원금도 고스란히 받으면서 혁신학교 지원금을 추가로 받는 것이다.
게다가 기존에 혁신학교 지원금에서 알아서 채용하도록 한 교무행정지원사 인건비도 내년부터 별도로 지원한다. 서울시교육지원사업 지원금액도 마찬가지다. 지원금을 늘려준 셈이다.
예산 편중 지원만 문제가 아니다. 이번 공모 대상에는 2011년에 지정돼 내년 2월 지정기한이 만료되는 23개교도 포함돼 재공모 형식으로 편법 재지정이 가능하다. 게다가 재지정 신청 시에는 ‘자체평가보고서’만 제출하면 된다.
자사고는 세 차례나 기준을 변경한 평가를 거쳐 재지정을 결정하면서 또 다른 자율학교의 한 유형인 혁신학교는 별도 평가 없이 자체보고서만으로 재지정을 허락하겠다는 것이다. 조 교육감은 수차례 자사고 지정 취소 추진의 주요 이유로 ‘회계부정’을 들어놓고 간식비 3000만 원 집행, 지원금의 인건비 과다 사용 등 부적절하고 방만한 회계운영을 한 혁신학교에는 면죄부를 준 것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에 대해 “당시에는 관련 지침이 명확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라며 “부적절한 사례로 제시된 일부 항목에 대해선 예산사용에 제한이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침이 없었다는 해명과는 달리 일부 혁신학교는 3월에도 전년도 예산을 집행하는 등 명백히 회계 관련 지침을 어기는 ‘회계부정’을 저질렀다.
공모 추진방침에는 재공모 외에 임의지정 방침도 있다. 공모 계획에는 ‘정책 목적의 효과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 특정학교를 공모절차 없이 임의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어 공모요건이 충족되지 않아도 심사 없이 혁신학교를 늘릴 수 있다.
사실상 혁신학교 확대 강행 방침을 담은 시교육청의 계획에 한국교총과 서울교총이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양 단체는 “공약이라는 이유만으로 ‘돈으로 하는 혁신’의 일방적 확대를 반대한다”며 “혁신학교가 바람직한 학교모형이라면 예산 차등 지원 없이 일반학교 이상의 교육효과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산 형평성, 무분별한 선심성 예산 집행, 학교회계원칙을 무시한 방만한 예산 운영 등의 문제를 방기하고 검증절차 없이 지원금만 투입한 결과 학업성취도와 학교향상도는 뒤처지는 상황을 꼬집은 것이다.
이어 “재정이 없어 학교교육의 본질마저도 무너지는 상황에서 일반학교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귀족학교’ 확대”라며 “교육복지예산의 전면적인 재검토와 혁신학교,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등 재정지원형 실험학교 정책을 중단하고 일반학교 학교운영비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