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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세계의 교육> 영국 청소년, 억대 수입 배관공 기피

낮은 훈련수당, 천대의식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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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02.04.15 00:00:00
영국에서는 배관공의 수입이 교사 월급보다 2, 3배나 많지만 학생들이 배관공 지원을 꺼려 부심하고 있다.

2001년 임금실태조사보고서에 의하면 기능사 1급 소지 배관공과 대졸 초임교사의 연봉은 3400만 원 정도로 같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면 교사의 연봉은 약 5000만 원인데 비해 배관공의 수입은 1억 원이 훌쩍 넘는다. 그런데도 실업고 배관공 코스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희귀할 정도다.

`영국배관공 고용자 협회'(BPEC)는 향후 3년간 2만 9000명의 배관공을 양성해 일손 부족을 해소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 목표는 현재의 조건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린다 아몬(Linda Ammon) 영국 기술청장은 "정부가 조장한 실업계교육의 위상격하와 극히 낮은 훈련수당이 주원인"이라고 꼽는다. 그는 "지난 20년 간 영국정부는 국민의 학력향상이라는 기치 아래 청소년들의 대학 진학만 종용했지 적절한 직업관을 갖도록 유도하지 않았다"며 "더구나 적정수준의 훈련수당조차 지불되지 않는데 누가 배관공 코스에 지원하겠냐"고 말했다.

12년간 배관공으로 일했던 켄 다니엘(Ken Daniels) 런던 `핵커니 커뮤니티 컬리지'(Hackney Community
College·실고+직업훈련소 성격) 교사는 "17, 18세 청소년들은 오지도 않는다. 자영업을 할 수 있는 기능사 1급은 약 3년이 걸리는데 시급 3.5 파운드(약 7000원)의 훈련수당을 받고 누가 그 오랜 기간을 배우려고 하겠는냐"며 "현재 150명 수강생 중 대부분이 30대 장년으로 이들은 파트타임으로 일하면서 짬짬이 온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교사양성코스에 다니는 학생은 학비 전액 무료에 연간 6000파운드(약 1200만 원)의 생활 보조비를 받고 있다. 장래에 수입이 오르지는 않겠지만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게 점원 정도라면 시급 5, 6 파운드를 받을 수 있고 하루 8시간 일하면 일단 생활비는 벌 수가 있다. 하지만 배관공 코스에 나가 직업훈련을 받으면 그 훈련 수당으로는 최저 생활비가 안 된다.

린다 아몬 기술청장은 "지금은 50대 배관공 때문에 버티고 있지만 10년 후엔 부르는 대로 품삯을 치러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롱 받는 `Dads and Sons'

지난 몇 년간 영국 여중생의 졸업시험 통과율이 90%에 이르는 반면 남학생들은 86%로 성적 저하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남학생 학력저하의 원인은 찾지 못했지만 영국 정부는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할 것이다'라는 가설 하에 30만 파운드(약 6억 원)를 들여 `아버지 돕기' 캠페인에 나섰다. 그런데 그 중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Dads and Sons'라는 16쪽 짜리 팜플렛 제작·배포 사업이 비웃음을 사고 있다.

10만 파운드(2억 원)를 들여 100만 부를 찍어낸 이 팜플렛은 주로 중학생, 특히 성적이 저조한 아들을 둔 아버지를 대상으로 영어, 수학, 과학의 교과내용을 실제생활에서 응용해 가르치는 방법들을 담아놓았다. 그리고 아버지들이 갈만한 곳, 선술집, 주유?그리고 책방 등에 무료로 비치해 두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팜플렛에 제시된 그 지도방법이란 게 `현실성이 없고 참신하지 못하며 누구나 알고 있음직한' 그저 그런 내용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카드놀이를 하면서 숫자의 암산능력을 키우고, TV 퀴즈 프로그램을 같이 보며 문답을 하는 따위다. 이에 그레험 브라디(Graham Brady) 보수당 교육담당관은 "아들의 성장에 아버지의 역할이 중요하지만 정부는 막연한 근본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현실성 없는 일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차라리 그 돈으로 초등학교에 보다 많은 남자교사를 채용해서 남자의 역할 분담을 보고 배우게 하는 것이 낫다"고 주장했다. 그런치(Nigel de Grunchy) 교사노조대표도 "아버지들을 애 취급하듯이 설명하는 팜플렛이 정말 필요한가"라고 꼬집었다.

그런데 `아버지와 아들' 같은 팜플렛이 비현실적인 진짜 이유는 영국의 이혼율 증가에 있다. 현재 아동인구의 절반이 이혼, 부부별거 등으로 아버지와 같이 살고 있지 않다. 그나마 최근 한 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아버지의 12%만이 자녀의 공부에 관심을 기울이는 정도다. 결국 팜플렛을 보는 아버지들 중 대부분은 아들의 공부에 관심도 없고 같이 살고 있지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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