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공무교란, 위헌소지 없어
"학교엔 예외적 허용" 의견 다수선행학습금지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학원 등 사교육에 대한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11일 오후 2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선행교육규제 특별법 시행 6월 성과와 한계’(박주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국회입법조사처 공동 주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사교육은 방치한 채 학교만 규제하는 기형적 제도로는 역효과만 우려된다"며 법 개정을 촉구했다.
이헌욱 변호사는 주제발표에서 "선행학습금지법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학원 등 사교육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선행학습금지법이 학원 등의 선행학습은 금지하지 않아 입법목적과 달리 오히려 사교육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법 제정 과정에서 제기된 사교육 규제의 위헌 주장에 대해서는 정면 반박했다. 그는 "헌재의 과외금지위헌결정은 최소침해원칙과 법익의 균형성을 지키지 못한 방법상의 문제를 지적한 것일 뿐, 금지 자체를 위헌으로 본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특히 헌재가 '입시 공정성 저해 등 중대한 사회적 폐단이 우려되는 경우 규제하는 입법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판시한 점을 강조했다.
규제 방법에 대해서는 "학원 선행교육이 일종의 공무교란이라는 점에서 광범위한 규제도 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위헌 소지를 줄이고 법개정 편의성을 위해 세밀한 규제가 효과적일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구체적으로는 △학원에 강사, 교육내용, 수강료 등에 대한 보고의무 부과 △학교장 또는 교과담당교사에 학생 선행학습 허가권 부여 등을 제시했다.
허가제 등 각론에 대한 이견은 있었지만 대부분의 토론자가 사교육 규제 필요성에 공감했다. 규제는 단기적 처방일 뿐 장기적으로는 우리사회의 잘못된 교육풍토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도 공통된 의견이었다.
학교의 선행학습에 대해서는 예외적 허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다른 주제발표자인 홍선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선행교육예방연구센터 연구위원은 "학교와 교사 모두 법의 교육적 취지보다 위반 여부만 관심 갖는 경우가 많다"며 "규제와 함께 현 수준 이상의 교육이 필요한 학생들을 선별해 필요한 교육을 제공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명호 서울광남중 교장은 "학습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변인은 개인차"라며 "영재 등 특정 학생에 대한 선행교육은 필요할 수 있으므로 선행교육에 대한 프레임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덕난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도 "교육적으로 방학은 예·복습을 하는 기간인 만큼 방학 중에는 학교 선행학습을 허용하고, 방과 후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고려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학교에 예외를 허용하자는 것은 학교교육을 학원교육과 같은 것으로 보는 자기 비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송 대표는 "방과후 학교 등에서 이뤄졌던 선행학습은 유사학원 상품의 학교 침투와 같다"며 “학교가 본연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규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