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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民官政 대타협 이뤄 연금 재앙 막고 민주주의 새 지평 열어”

월간 새교육, 대타협 주역 특별좌담

공무원연금개혁안이 마침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번 연금개혁안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방안을 만들어 강행했던 종전의 방식을 벗어나, 역대 최초로 이해당사자들이 모여 양보할 것은 양보하고 지킬 것은 지킨 대타협을 이뤘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사상 초유의 ‘사회적 대타협’을 이끈 실무기구 주역들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월간 ‘새교육’이 실무기구 막판 협상을 조율한 3인을 만나 특별좌담회를 열고 이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안양옥 교총 회장, 실무기구 공동위원장이던 김용하 순천향대 교수와 김연명 중앙대 교수가 역사적인 대타협으로 탄생한 연금개혁안의 도출과정 의미, 향후 전망 등을 짚어냈다.

직업공무원제 마지노선 지켜
“더 이상 연금개혁 없을 것”

안 회장은 교수들과 인사를 나누자마자 “공무원연금개혁에 대한 교원들의 궁금증을 풀어줄 수 있도록 잘 설명 부탁드린다”고 좌담을 열었다.

두 교수는 향후 수십 년 간 손 댈 수 없도록 대대적인 손질을 했으면서도, 교원 특수성과 자존심을 잘 지킨 안이라고 평가했다.

김연명 교수는 “직업공무원제 유지가 가능하도록 마지노선을 지켜냈다”면서 “교원 입장에서 불안을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봤다.

이어 “이번 연금개혁으로 3층 보장(공적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을 연결한 통합구조를 만들어 형평성 시비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측면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김용하 교수는 ‘앞으로 또 개혁할 것 같은 불안감’을 거둬도 된다고 당부했다.

‘솔직히 연금개혁을 또 할 것 같다’는 안 회장의 거듭된 의문에도 김용하 교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재차 손을 저었다.

김용하 교수는 “만일 하더라도 보수하는 수준에서 할 수 있을 뿐 현 수준에서 크게 변화 없으리라 본다”며 “얼마 안 가 또 개혁할 것이라는 짐작은 공무원연금체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라고 단언했다.

김연명 교수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동의했다.

그는 “직업공무원제의 한계선까지 조정한 것이 이번 안”이라면서 “지금보다 더 내려가는 것은 직업공무원제를 위협하는 것이므로 더 이상의 조정은 어렵다”고 했다.

다만 교원들의 생애설계 프로그램에 대한 인식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김용하 교수는 “연금수급개시연령이 65세로 늘어나 62세 퇴직 후 연금 수급 전까지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데 이를 ‘연금 크레바스’라고 한다”며 “노후에 연금 크레바스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국가적으로 심각하게 고민하고, 또 본인의 노후은퇴설계를 체계적이고 꼼꼼하게 해야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교총의 조율능력에 놀랐다”
교원 특수성 살려낸 것도 평가

또 이들은 이번 사회적 대타협이 우리나라 역사상 이례 없는 일로, 민주주의의 새 이정표를 썼다는 것에 큰 의미를 뒀다. 그런 의미에서 일부 여론이 이번 대타협을 ‘야합’이라고 공격하는 시각은 옳지 않다고 봤다.

안 회장은 “그동안 공무원노조가 하던 공무원연금 개혁에 교총이 처음으로 참여했는데 사회적 대타협에 있어 민주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소명감이 컸다”며 “일부 언론은 ‘국민이 뽑은 국회가 알아서 하도록 해야지, 대타협기구를 만들어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하고 야합이라고 비하하는데 그건 잘 모르는 말씀”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김연명 교수는 “(국회가 직접 결정하는 것이)원론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 역시 새로운 흐름을 읽지 못한 것”이라면서 “이미 유럽의 선진국은 대타협을 중요시하고 국회는 여기서 나온 결과를 추인하는 식으로 진행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전에는 대타협이 없었기에 지난 세 차례 연금개혁 과정에선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 되지 않는 구조라 승복 못했지만,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이 예전과 다른 건 당사자들이 승복했다는 것으로 의미가 다르다”며 “야합의 사전적 의미는 ‘좋지 못한 목적으로 서로 어울림’이란 부정적인 뜻인데 공무원들 스스로 ‘더 내고 덜 받겠다’는데 어떻게 야합인가”라고 반문했다.

김용하 교수는 “향후 70년 동안 약 333조원의 재정부담 절감 효과를 얻고, 적자 국고보전액이 40% 줄게 됐다는 것 자체가 공무원과 교원의 이해와 양보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외형적으론 모수개혁을 이루고 내부적으론 교원 특수성을 살렸다는 측면에서 단순한 야합이 아니라 개혁안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총이 ‘민(民)-관(官)-정(政)’ 협치에 잘 나섰기에 이뤄낸 대타협이라고 평가했다.

김용하 교수는 “실무기구에서 안 회장님의 리더십은 특별했다”며 “공무원단체가 단일화 된 목소리를 내는 게 쉽지 않은데 회장님이 잘 조율했고, 정부 측과의 중재도 잘 해 협상이 타결될 수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연명 교수도 “교총이 끝까지 실무기구에 남아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면서 “개인적으로 교총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보수·인사 개선 그 다음으로 추진
“교원 삶 속 들어가는 교총될 것”

안 회장은 좌담 내내 지금까지 우리나라 교원의 우수성을 지켜온 직업공무원제의 근간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좌담 초반 “20년 이상 경력을 가진 양질의 교사 45%가 농어촌에 포진돼 있다는 한국교육개발원 통계가 발표됐는데, 교원들이 이렇게 봉사할 수 있는 원동력이 직업공무원제이고 그 한 축을 이루는 것이 연금”이라면서 “미국, 유럽에서 우리나라 교육을 부러워하는 가장 큰 원인도 우수한 교원에 있다”고 말했다.

좌담 후반부에도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우수한 자원이 교직에 오지 않는다고 걱정하면서 우리나라 제도를 본받으려 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히려 거꾸로 가려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거듭 언급했다.

김연명 교수도 “미국이나 유럽이 학교에서 교육을 제대로 못시키고, 그들이 성인이 되면 결국 국가가 복지제도로 먹여 살려야 한다는 것이 돈이 더 많이 든다는 걸 깨닫고 다시 교육에 투자하는 정책으로 회기하고 있다”며 “그런 의미에서 교원에게 연금은 투자라고 볼 수 있다”고 동감했다.

이 때문에 오랜 기간 제자리 상태인 교원 보수에 대해 개선의 여지를 만들었다는 부분은 중요했다. 이번 연금개혁 과정에서 교원들이 인사혁신처, 기획재정부 등과 보수·인사에 대해 협의를 할 수 있게 된 것은 교원 자존심을 지킨 수확 중에서도 중대한 요소로 평가된다.

교총은 이미 연금법 통과 시 한 달 안에 ‘교원 및 공무원의 인사정책 개선 방안 협의 기구’를 설치할 것을 관철시킨 바 있다. 교원 처우개선이 이뤄질 경우 깎인 연금이 충분히 메워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공무원연금법 개정에 따른 처우개선 등 본격적인 대정부 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이를 두고 안 회장은 “어찌 보면 연금보다 더 중요한 부분”이라면서 “지난 15년 동안 교직수당이, 12년 동안 담임·보직수당이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인사혁신처가 모르고 있다는 건 교육부가 얼마나 미온적으로 대처해왔는지 여실히 보여준 것”이라고 ‘2차 협상’에 충실할 것을 다짐했다.

안 회장은 “연금개혁에 참여하면서 앞으로 교총이 전문직 단체로서 어느 방향을 가야하는가에 많은 시사점을 얻었다”며 “직업개시 연령이라든지 연금 5년간 동결과 같은 경제적 변화에 따라 교원의 노후와 애환 등에 대해 지식과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가 매우 중요하다는 걸 느낀 만큼 교원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는 교원단체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새교육 6월호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구독문의 (02)570-57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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