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유초중등 예산도 마이너스를 못 면할 처지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증액 규모가 무상교육복지 등 세출 증가를 감당하지 못할 전망이어서 빚을 더 내거나 학교예산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기획재정부가 17일 밝힌 정부 각 부처의 ‘2016년도 예산‧기금 총지출 요구현황’에 따르면 교육 분야는 56조2000억원으로 올해 52조9000억원보다 6.3%, 3조3000억원이 증액된다. 이중 유초중등 교육예산에 해당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올 39조4055억원에서 4조4000여억원이 늘어난 43조8000억원으로 계상해 편성했다.
하지만 4조4000여억원의 교부금 증가는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허수’라는 분석이 높다. 우선 2014년 내국세 결손분을 내년 교부금에서 차감 반영해야 한다. 2014년에 예상보다 더 많이 교부금이 지출됐다면 2년 뒤 교부금에서 그 차액을 정산해야하기 때문이다. 기재부와 교육부에 따르면 그 규모가 1조6000억원 정도다. 그걸 빼면 내년 교부금 증가액은 2조8000억원으로 크게 줄어든다.
게다가 당초 교부금 증가액을 4조4000억원으로 잡은 것도 너무 비현실적인 ‘희망사항’으로 지적된다. 교육부 내부에서도 “국회 심의과정에서 내국세 증가 규모가 많이 축소 조정될 것이고, 그에 따라 교부금 증가분도 낮춰질 것으로 보인다”며 걱정이다. 결론적으로 교부금 증가가 2조원을 넘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 정도로는 누리과정, 무상급식 등 무상교육복지 증액분 만으로도 다 소비된다.
우선 누리과정은 올해 각 시도교육청이 미편성한 어린이집 지원분 1조7천억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가 목적예비비 5064억원, 정부보증 지방채 8000억원, 지방교육채권 4000억원으로 땜질한 상황이다. 문제는 이걸 내년부터는 교부금에서 충당하도록 교부금법 시행령 등에 못 박았다. 당연히 그만큼의 액수가 교부금 증액분을 잠식하게 된다.
각 시도교육청이 부담하는 무상급식 예산만도 연 1조5천억원(지자체 부담은 1조원 정도)에 달한다. 2010년 시작된 무상급식은 5년새 5배 가까이 예산이 급증한 상태다. 현재 경남, 충북을 시작으로 지자체들의 지원 중단, 축소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교육청 부담이 더 커져 교부금은 또 잠식된다.
또한 현재 특별교부금으로 운영 중인 자유학기제도 내년에는 전면 시행돼 예산 수요가 커진다. 현재 2300개 중학교에서 3186개교 전체에 적용되면 500~700억원이 소요될 전망인데다 내년부터는 보통교부금에서 충당할 방침이어서 시도교육청의 가용 예산은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시도교육청의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늘어나는 교부금보다 그 상환액이 더 커질 지경이기도 하다. 지난해 각 시도교육청은 지방채 원금‧이자 상환에 무려 2조1353억원을 썼는데도 지방채를 3조8023억원 또 발행해 그 잔액이 4조7873억원에 달했다. 교부금이 아예 전년보다 줄어든 올해는 4조9000억원의 지방채 발행이 추가되고 내년에도 3조원 이상의 지방채 발행이 전망된다.
물가상승률, 인건비 증가분만도 2조원에 육박한다. 아무 사업조차 벌리지 않아도 2조원 이상은 매년 교부금이 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서울의 한 중학 교장은 “정치권이 대립한 무상교육 예산은 절대 안 줄일 테니 결국 또 학교운영비, 시설환경개선비, 교원복지비부터 자를 것”이라고 개탄했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수는 “세수결손 시에는 교부금 정산제도를 적용하지 않거나 무상시리즈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추가적인 교육재정 확보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