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선배 교사가 돼야 하나. 수석교사로서 내가 가장 많이 하는 고민이다. 자잘한 삶의 이야기를 맛깔나게 나누는 언니 같은 선배도 좋겠다. 마음을 함께 나누는 것보다 더 좋은 것도 없으니까. 그러나 나는 마음을 나누는 언니 같은 선배보다는 나 스스로 계획하고 실천했던 다양한 교육 방법이 담겨있는 살아있는 교육 스토리를 전하는 선배 교사이고 싶다.
치열한 가르침이 준 삶의 지혜
6년 전 6학년 열여섯 명을 가르쳤다. 3월 2일 아이들과의 첫 대면에서 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은 너희들의 공부를 도와주기 위해 여기 있어. 내가 열 번을 설명했는데 너희들이 이해를 못하면 난 열한 번을 설명할 거고 내가 백 번을 설명했는데 이해가 안 되면 말해. 내가 백열 번을 설명해줄게.”
나의 진심이 아이들에게 전해졌는지 아이들은 “선생님 몰라요. 다시 설명해 주세요”란 말을 참 수없이도 반복했다. 학원이 없는 면 단위에 위치한 학교였기에 선행학습을 수행한 아이들이 드물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특히 수학을 어려워했다. 수학시간에 나는 아이들을 이해시키기 위해서 수많은 단계의 설명 방법을 생각해 내야만 했다. 1번의 방법으로 이해가 안 되는 아이들을 위해 제2, 제3, 제4의 새로운 설명 방법을 생각해내서 지도했다. 학창시절 수학에 아주 소질이 없던 내가 16명의 사랑스런 제자들에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수학이야말로 답을 찾아가는 다양한 사고의 과정을 즐기는 아주 재미있는 학문이란 걸 그 때 처음으로 깨달았다.
정말 힘들게 수학을 가르치면서 내게는 긍정적 삶의 변화가 생겼다. 수학문제를 아이들에게 잘 이해시키기 위해 다양한 설명 방법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인생의 지혜를 발견한 것이다. 수학문제를 이해시키고 설명할 때도 다양한 방법이 있었듯이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도 다양한 대안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나는 매우 조급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지금 당장 필요한 그것이 지금 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그것을 찾을 때까지 안절부절못하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수학을 가르치면서 삶의 문제도 1번 방법이 아니면 2번 방법, 3번 방법으로 대처하는 습관이 생긴 것이다. 일상의 소소한 문제들부터 삶 속의 중요한 결정까지 늘 언제나 다양한 대안들을 생각하게 되면서부터 내 삶이 많이 여유로워졌다. 혹자는 책을 통해, 혹자는 배움을 통해, 혹자는 선천적으로 얻는 삶의 지혜를 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몸으로 터득한 것이다. 치열했던 나의 가르침의 경험이 나를 행복하게 하는 삶의 지혜를 전해준 것이다.
살아 있는 스토리 전할 수 있었으면
이렇게 열정을 품은 가르침이 내게 삶의 지혜까지 전해주었다고 나만의 이야기를 전하는 선배이고 싶다. 젊은 후배 앞에서 첫 가르침의 열정을 아직도 간직한 것으로 희끗희끗 흰머리도, 눈가의 주름도 아름답게 보이는 선배이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교사로서 오늘 선생님이 만난 학생들은 선생님의 40년 교직 경력 40분의 1의 시간에 만난 아이들이지만 그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공교육 12분의 1이라는 시간에 만난 선생님입니다. 그래서 사회인이라면 누구나 겪을 수밖에 없는 시행착오를 우리 교육에서는 절대적으로 최소화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선배 교사에게서의 배움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