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이며 유일하다는 인성교육진흥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역시 인성을 중요시하는 한민족이라고 뿌듯해하는가 하면 인성을 법으로 다스릴 정도가 돼버린 오늘날 우리의 현실을 한심해한다. 최고의 교육목표라고 학교 홈페이지에 버젓이 명시해놨던 인성교육이 드디어 약속대로 실천되리라 믿는 동시 그마저 학원이 주도해 왜곡되고 사교육비만 증가할 것 아니냐고 불신한다. 모두 다 일리가 있다. 그러나 이미 인성교육진흥법이 시행되는 이 마당에 어떻게 해서라도 좋은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이제 가장 큰 이슈는 무엇이 인성교육이냐다. 사서삼경의 삼강행실도나 오륜행실도를 가르쳐야 하는 걸까. 아니면 성경의 십계명을 가르쳐야 할까. 윤리도덕을 가르치고 예의범절 교과를 강화하면 될까. 아니면 ‘글로벌시민’을 위한답시고 서양의 에티켓을 가르쳐야 할까. 우리 모두 인성이 무엇인가 잘 알면서도 콕 집어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한동안 인성교육 내용과 방식을 두고 왈가왈부할 것 같다.
인성교육 방식을 다이어트 방식과 비교해볼 수 있다. 살을 빼는 오만가지 비법들이 난무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방식은 가장 간단하고 아무나 할 수 있는 두 가지다. 적절히 먹고 꾸준히 운동하는 것이다. 그 확실하고 자연스러운 방법을 놔두고 온갖 기기묘묘한 방법에 현혹돼 돈을 낭비한다. 인성교육에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공통분모가 존재하며 따라서 근본적인 방식이 있다. 황금률에 충실하면 인성교육의 9할은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서양에서는 “Do unto others as you would have them do to you, 남이 네게 하기를 바라는 것처럼 남에게 하라”이며, 동양은 “己所不欲 勿施於人, 내가 원하지 않는 것은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는 호혜성 원칙이다. 인간이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간결하게 말해주는 이 두 원칙은 함께 더불어 살기 위해 필요한 최고의 지혜다.
황금률은 공감, 연민, 사랑, 은혜, 신뢰, 배려의 시작이며 사회성이라는 관계조율의 핵심이다. 그러나 황금률을 실천하자면 각자 인간의 동물적 본능인 이기심, 공격성, 성적 충동을 억제하고, 원초적 공포와 불안에 대한 감정 조절력을 발휘하며, 각종 욕구와 욕정을 잠시나마 미룰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성공하는 사람의 핵심 능력이라는 자기조율은 관계조율의 전제조건이기도 한 것이다.
자신·관계·공익 조율 갖춰야
하지만 생존본능에 맞서서 마음을 다스리는 자기조율은 어렵다. 왜 그리 어려운 일을 해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와 가치가 분명할 때에 가능하다. 자신을 뛰어넘고 삶의 의미를 개인 밖에서 찾는 명분과 실리를 필자는 공익조율이라고 한다.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서 꿈을 추구하고 끼를 부리며 경쟁을 일삼으면 결국 모두가 불행하게 된다. 반면, 남을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것 역시 ‘윈-루즈’ 이분법에서 벗어나지 못한 발상이다. 공익조율은 사람이 좀 더 멀리 그리고 넓게 보는 글로벌한 비전을 갖추는 것이며, 모두 다 함께 잘 살 수 있는 ‘윈-윈’ 결과를 내다보는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비전을 지니는 것이다.
필자가 제시하는 인성교육의 삼율인 자기조율, 관계조율, 공익조율은 글로벌 시대 인재가 갖춰야 하는 최고 실력이다. 아이들이 이 세 가지 실력을 갖출 수 있게 돕는 게 인성교육이며, 어른이 먼저 모범을 보여줄 때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