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다는 건, 가르친다는 건~ 희망을 노래하는 것”
8일 오후 6시 서울청계초 4층 꿈누리실 강당에 40여 명의 선생님이 만들어 낸 화음이 퍼져나간다. 서울 북부지역 선생님을 중심으로 모인 파이데이아 합창단은 이날 연습을 겸한 학생 합창 지도 직무 연수를 했다.
지휘자 김호재 씨는 “연주회에서 부를 ‘꿈꾸지 않으면’은 장학금을 전달하기 전에 부르는 만큼 아이들에게 꿈을 가지라고 말하듯이 불러야 한다”며 한소절씩 발음이나 발성에 대해 지도했다.
방과 후에 서둘러 모인 선생님들은 식사도 거른 채 빵과 음료로 허기를 달래며 두 시간 동안 합창 연습에 몰입했다. 매주 화요일이면 이곳에서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그냥 노래가 좋아서, 합창이 좋아서 모인 선생님들이다.
지난 2007년 각 학교에서 학생 합창단을 지도하고 있는 십여 명의 선생님들이 뜻이 맞아 결성한 파이데이아 합창단.
유애경 서울청계초 교사는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라 좋아하는 열정으로 모이다보니 매주 이렇게 모이면서 오랜 기간 이어져오고 있다”며 “합창을 하면 힐링이 되고 힘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이런 합창의 매력에 빠져 만삭이 돼서도, 아기를 안고 와서도 합창 연습을 하는 선생님들도 있다. 이미주 공릉중 교사는 결혼 전부터 합창단에 참여, 이제는 4살이 된 아이까지 데리고 와 연습한다.
단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선생님들과 합창의 매력을 나누자는 뜻에서 3년 전부터 직무연수를 개설했다. 1년에 2차례, 30시간의 연수를 통해 선생님들이 직접 노래를 불러보고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도록 했다. 직무연수를 왔다가 합창단원이 된 선생님들도 많다.
심현숙 한천초 교사는 “노래를 같이 할 수 있고 학생 지도법도 공유할 수 있어 좋다”며 “노래를 잘하는 아이도 자기 소리만 낼 수는 없고 남의 소리도 들어야 하니 협동력과 자기조절력이 생기고 아름다운 노랫말로 정서순화까지 돼서 합창이 학생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파이데이아 합창단은 매년 12월 정기연주회를 열어 3~5명의 어려운 여건에 있는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는 등 음악을 통해 제자 사랑을 실천하고 있다.
박초롱 서울방학초 신규 교사도 “지난해 처음으로 정기연주회를 통해 무대에 오르고, 올해는 아이들을 지도하면서 합창에 빠져들고 있다”고 말했다.
오디션을 통해 실력을 겨뤄 선발한 합창단은 아니지만 전국대회에도 참가해 우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달 22일 열린 태백전국합창대회에서는 42팀 중 5위로 동상을, 지난해 대회에서는 26팀 중 2위로 금상을 수상했다. 대부분 음악을 전공한 ‘준프로’들이 참여하는 대회에서 순수 아마추어인 파이데이아 합창단의 성과는 놀랍다고 한다.
유 교사는 “노래는 못해도 합창이 좋아서 오시는 분들도 있다. 그런 분들도 모두 합창단에는 도움이 된다”며 “내가 고음이 안될 때는 소리를 좀 줄여주면서 잘하는 사람이나 못하는 사람이나 함께 어우러져 소리를 낸다는 데에 아마추어 합창단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