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교과서가 정치싸움의 최대 쟁점이 되고 있다. 시민사회단체까지 가세해 이념논쟁으로 연일 일파만파 확대되는 형국이다.
정치적 선명성 경쟁의 도구 전락
역사교과서 정치싸움은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명시된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배하는 나쁜 싸움이다. 우리 헌법 제31조제4항은 교육의 자주성ㆍ전문성ㆍ정치적 중립성 및 대학의 자율성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보장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 교육기본법 제6조제1항에는 ‘교육은 교육 본래의 목적에 따라 그 기능을 다하도록 운영되어야 하며, 정치적·파당적 또는 개인적 편견을 전파하기 위한 방편으로 이용되어서는 아니 된다’고 돼 있다.
그럼에도 역사교육은 정치싸움의 도구가 되고 있다. 올바른 역사교육과 역사교과서 체제에 대한 본질적 접근보다는 정치 세력 간 이념적 당위성을 극대화하고 상대 세력을 흠집 내는데 몰두하고 있다.
역사교육이 정치적인 이념에서 의견을 달리한다면 제자들에게 올바른 역사를 가르쳐줄 수 없다. 시대가 흘러 견해를 달리하는 정권이 집권했을 때 역사교과서부터 뜯어고치겠다는 유혹은 뿌리칠 수 없을 것이다. 정권의 부침으로 학생들의 역사교육이 달라지면 올바른 국가관을 심어줄 수 없으며 국민 통합도 요원하다.
우리 학생들의 역사의식이 위험지수에 놓여있다는 보도를 자주 접한다. 역사 교과서 검정제 도입 이후부터 역사적 사실을 왜곡하거나 편향적으로 가르친다는 논란 역시 그치지 않았다. 교과서 집필자마다 역사적 견해를 달리하거나 교육현장에서 정치적 이념에 따라 해석을 달리하면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기초한 건전한 국가관과 균형 잡힌 역사인식을 가르치지 못할 위험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가 거센 반대를 무릅쓰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을 발표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야당 등의 공세를 이겨내고 계획대로 시행될지는 두고 봐야 할 일이지만 국정화 추진에 있어서 꼭 당부하고 싶은 것은 결코 정부 혼자 만들지 말라는 점이다. 국정교과서는 친일 독재 교과서, 검인정 교과서는 좌편향 친북 사상을 고취하는 교과서라는 정치권의 이분법적 비난을 되새겨 봐야 한다.
올바른 역사인식 함양이 본질이다
각계에서 주장했던 쟁점이 무엇인지 면밀히 분석해 이를 해소하고, 공로화 과정과 사실적 내용의 정립을 통해 국론통일을 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검·인정 체제 논란의 시발점이 교학사 교과서였다는 점을 잊지 말고 부실, 오류 교과서가 안 되도록 각계 비편향 인사로 구성된 집필진과 충분한 개발과정이 따라야 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역사교과서 국정화 추진 문제보다 정치인들이 만든 후진국형 이념논쟁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새 역사교과서는 자라나는 2세에게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길러 바른 국가관을 갖도록 해야 한다. 역사교과서는 집권당의 전유물도, 좌파세력의 전유물도 아니다. 또한 특정 교직단체의 소유물도 아니다.
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정치인들의 이념논쟁을 걷어내야 한다. 그것만이 교육의 정치적인 중립을 보장하는 일이며 헌법 가치인 자유민주주의에 기초한 건전한 국가관과 균형 있는 역사의식을 기르게 할 수 있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