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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노벨과학상 ‘제로’ 한국

1990년대 후반, 강원도의 한 고교에 견학을 간 일이 있었는데 진입로 양쪽에 흉상을 올려놓을 수 있는 빈 좌대가 놓여있었다. 그 용도가 궁금해 물어보니 학교 졸업생 중 노벨상을 타면 흉상을 제작해 올려놓을 곳이라고 했다. 당시 설명을 해주던 선생님의 기대와 확신에 찬 목소리가 지금도 생생하다.

그 고교는 지금도 아주 우수한 학생들이 진학을 하고 있으며 외국 명문대로 진학하는 학생도 많다. 하지만 2000년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받은 노벨평화상 외에 다른 분야의 노벨상은 지금까지 단 한명도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이웃 일본은 올해도 생리학·의학 분야와 물리학 분야에서 각각 수상자가 결정되는 등 지금까지 2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왔다. 중국도 올해 생리학·의학 분야에서 수상자를 배출했다.

우리나라는 개화기 시절 ‘물장수’라는 직업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함경도 북청에서 서울로 상경, 가난하지만 성실하게 일하며 살았던 ‘북청물장수’가 유명하다. 그들은 경성제대(지금의 서울대)에 다니는 아들이 하나씩 있다고 할 만큼 어려운 생활을 하면서도 자식들에게는 고등교육을 시켜 가난의 굴레를 벗게 하려는 열망이 강했다. 그런 ‘북청물장수’ 정신은 우리 교육의 근간이 됐고 지금의 눈부신 발전을 이루는데 큰 기여를 했음은 자타가 인정하는 바다.

그러나 산업화시대 빛나는 고속성장 뒤에는 그림자도 짙게 마련이다. 가시적인 업적이 빨리 나타나는 분야에만 인재들이 지나치게 집약됐고 실적을 단시간에 나타내야만 하는 현실 앞에서 기초 과학 분야에 우수 인력들의 지원이 저조하고 국가나 기업으로부터 충분한 후원과 연구 환경을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이 됐다.

한 사례로, 1990년 대 후반 필자가 몸담고 있던 학교에서의 일이다. IMF시대로 국가적 경제 위기였던 당시, 학교 인근 제약회사의 연구실이 폐쇄될 처지에 놓였는데 기자재들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일부 실험기자재를 학교에 기증하고 싶다는 연락을 받았다. 매우 고마운 일이었기에 직접 방문해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실험대를 비롯해 시약장 등을 받아 학교 실험실에 들여놨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몹시 씁쓸한 마음이 들었다. 그 실험대와 시약장을 사용하며 열심히 연구하던 연구원들은 실직자가 됐을 것이란 생각이 들어서다. 그 제약회사의 입장도 어려운 회사사정 상 우선적으로 연구소를 폐지하고 연구직 직원을 퇴사시키게 됐다는 것이다. 회사 운영에 영향을 가장 최소화하는 방법 중 하나라는 설명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실험대에서 열심히 연구하며 청춘을 보냈을 어느 과학자에 대한 안타까움을 느꼈다. 고3 담임을 하면서는 진학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도 학생들로부터 ‘어느 학과에 진학해야 취업을 잘하고 경제적으로 잘 살까요?’라는 질문을 받고 잠시 당황해야 했던 기억이 있다.

현재 학교 교육과정은 ‘2015 교육과정 개정’을 통해 창의·인성과 미래역량을 지닌 인재를 육성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춰 교실에서의 교수-학습 변화를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교육의 변화 뿐 만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 흐르고 있는 인식의 전환도 병행돼야 할 것이다. 기초 과학 분야에서 연구하는 인재들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과 안정적인 생활의 뒷받침뿐만 아니라, 끝까지 연구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해 낼 수 있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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