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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교권의 본질

지난해 글로벌 교육기관 바르키 GEMS 재단은 ‘교사 위상 지수’ 보고서에서 우리나라 교사에 대한 학생들의 존경심이 경제협력개발기구(OCED) 회원국 중 최하위권(11%)이라고 발표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와 같은, 스승의 자리를 높이는 말이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교육현장의 모습이다.

땅에 떨어진 교권…피해자는 학생

교권이란 교사의 권리 또는 교사의 권위를 의미하거나 둘 모두를 포괄하는 개념이며, 교권침해란 교육 현장에서 학생들의 불손한 언행 등 교원의 법적·사회적·윤리적 권위에 대한 외부의 부당한 행위에 의해 직·간접적으로 훼손되는 것이다. 교권침해는 결국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들의 내실 있는 교육활동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권이 바로 서야 학생의 학습권이 보호될 수 있기에 교권의 붕괴나 교권침해로 인한 최대의 피해자는 결국 학생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교육현장은 교권침해에 대해 교사가 교권보호위원회 조정신청 또는 교육법률지원단 자문 요청 등 물리적·기계적으로 해결하는 추세에 있다. 그러나 우리는 교사의 학생에 대한 교육이 사랑에 바탕을 두고 사랑의 정신으로 보호되고 성숙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다. 사랑은 교권이 존중받을 수 있는 핵심적인 기준 가치다. 사랑을 쏟은 곳에는 반응이 일어난다.

그런 면에서 ‘도레미 선생님(가명)’의 사례가 기억에 남는다. 도레미 선생님은 수업 도중 갑자기 뒷자리 친구의 머리를 때리는 영수(가명)를 발견했다. 선생님이 나무라자 영수는 갑자기 욕설을 퍼부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당한 일이라 선생님은 화끈거리고 다시 수업을 진행하기가 두려웠다. 순간 너무나 당황했지만 정신을 가다듬고 영수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장으로 나갔다.

영수는 스탠드에 앉아 고개를 파묻고 씩씩거리고 있었다. 선생님이 조용히 “영수야, 괜찮니”라고 묻자, 영수는 쭈뼛쭈뼛 고개를 들었다.

“영수야, 오늘 무슨 일이 있었니? 난 괜찮으니 이야기 해 봐.”

“쉬는 시간에 철수가 제가 하지 말라고 하는데도 계속 지우개 조각을 던졌어요. 수업시간이 되어 선생님이 오셨는데도 저에게 지우개 조각을 계속 던져 순간적으로 너무 기분이 나빠 저도 모르게 철수의 머리를 때린 거예요.”

선생님은 직무연수를 통해 익힌 상담기술을 떠올리며 “철수가 너를 괴롭혀서 기분이 많이 상했겠다. 선생님도 네 심정이 이해되네. 그런데 다음에는 네가 친구를 때리기보다 먼저 참고 선생님께 먼저 그 사실을 말해주면 좋겠구나”하며 영수의 등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법보다 사랑이 먼저다

불호령이 떨어질 것을 걱정하던 영수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흐느끼며 선생님께 “잘못 했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사건은 이렇게 조용히 해결됐다.

도레미 선생님은 영수를 교권침해에 대한 학교규칙에 따른 징계나 학교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조치할 수 있었음에도 영수의 돌발행동 뒤에 가려진 숨은 의미를 찾으려 했고 그 노력이 영수의 마음에 닿아 바르게 이끌 수 있었다. 이처럼 교권침해 사건에 대해 사회적·제도적으로 연구하고 풀어나가는 방법 역시 학생 처벌보다 사랑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여건 조성과 올바른 지원이 돼야 한다. 이를 인식하고 현장에 맞게 배려해야 하는데 자꾸 엇박자 내는 당국이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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