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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공부란 무엇인가

학생들에게 아니 모든 인간에게 ‘우리는 왜 공부하는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을 한다면 미래의 삶은 달라질 것이다. 그래서 KBS가 3년 전 제작·방송한 ‘공부하는 인간’이라는 4부작 다큐멘터리를 꺼내봤다.

세계인들을 통해 본 공부의 의미

오늘날 우리는 주어진 텍스트를 해석하고 문제 푸는 능력을 길러 높은 성적을 받는 것을 공부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지금은 다양한 교과서보다는 한 교육방송의 교재와 문제를 다루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작가는 다른 문화권에서도 공부가 우리와 같은 모습인가를 살펴봤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인 하버드대생 릴리는 생후 5개월 때 우리나라에서 유대인 가정으로 입양됐으며, 스캇은 부모가 미국에서 세탁소를 운영하는 한국계 이민 2세라는 독특한 배경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 유전자를 가졌을 것으로 보이는 이들과 함께 중국·일본·인도·이스라엘 등 세계 곳곳의 교육현장을 돌아다니며 국가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공부의 의미를 카메라에 담았다. 인도에서 공부란 카스트 제도상 ‘불가촉천민’의 자녀도 떳떳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날 수 있게 하는 통로가 된다. 이스라엘에서 공부란 우리가 관념적으로 생각하는 정숙한 도서관이 아닌 시끌벅적한 유대인 도서관인 ‘예시바’에서 토론으로 빚어내는 소통이 주를 이룬다.

프로그램 촬영 첫 출발지는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 서울 강남구 대치동을 택했다. 밤 10시가 넘어도 불야성인 학원가 학생들은 시끌벅적 했다. 이 같은 모습에 하버드대 학생들도 잠을 쪼개가며 공부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연방 놀란다. 특히 하버드대생도 쩔쩔매는 수학 문제를 한국의 고교생들이 손쉽게 풀어내는 장면은 우리나라 학생들이 얼마나 선행학습을 많이 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다큐멘터리는 대치동 학원가, 일본 도쿄대 합격자 발표 현장, 중국의 대학 입학 시험장 등의 풍경을 통해 동양 문화권에서 공부가 지닌 공통적인 의미를 짚어낸다.

동양 문화권에서 공부란 바로 남보다 뒤처지지 않으려는 욕망의 발현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남들보다 우수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서양 학생들은 대체로 문제에 대한 집중도가 올라가지만, 동양 학생들은 오히려 흥미를 잃는다는 실험 결과는 예상보다도 흥미롭다.

삶의 좌표 찾아 나서는 평생의 업

또 다른 차이점은 드러난다. 유태인 부모들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에게 ‘무엇을 배웠니?’가 아닌 ‘무엇을 질문 했니?’를 묻는다. 반면 아시아의 학생들은 타인을 더 많이 의식하기 때문에 혹시라도 피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질문을 꺼리는 경향이 짙다. 혹시나 나도 피해를 받을까봐 내 주장을 강하게 펼치지 않는다. 하지만 서양에서는 우리와 달리 그 질문을 통해 새로운 생각을 하고 논의를 더 발전시킬 수 있기 때문에 고마워한다.

과연 진정한 공부란 무엇일까. 답은 없다. 공부가 무엇인지 묻고 답하는 과정이 진정 공부인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넘어 공부는 평생 해야 할 일이다. 지금 배우는 지식을 넘어 먹는 것, 사는 것, 삶의 방식에 대해 끊임없이 좌표를 찾아나가는 업이다. 우리 학생들이 한 번쯤은 건너야 할 이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의 강을 잘 건너기 위해서는 공부하는 습관, 공부에 대한 생각,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들이 자신의 생각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한 번쯤은 진지하게 물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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